이현종쌤의 교과서밖 과학터치

시험의 긴장을 에너지로 바꾸는 법

얼마 전 학생들과 함께 그림책 `너, 무섭니?(라피크 샤미 글, 카트린 셰러 그림, 논장)`을 보며 하브루타 수업을 했다. 이 책은 무서움이 무엇인지 궁금한 생쥐가 무서움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인데, 많은 동물들의 설명에도 이해하지 못하던 생쥐는 스르륵 나타난 뱀을 보며 소름끼치는 무서움을 경험한다. 이 그림책을 통해 "무서움은 나쁜 감정인가?", "부정적 감정은 해로운가?"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는데, 무서움을 본능적으로 느낀 생쥐가 재빠르게 도망쳐 뱀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듯이 불편한 감정은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대화가 오고 갔다.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성적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는 그동안 긍정의 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명언과 자기계발서를 많이 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을 툭 끊어버리고 그 자리에 긍정적이고 즐거운 생각을 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감정이라는 무기(수전 데이비드, 북하우스)`에서 사람은 자기가 놓인 상황을 부정적으로 느끼도록 되어 있다고, 뇌의 구조가 그렇기에 부정적인 느낌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이야기는 다소 놀라우면서 반가웠다.

전문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감정을 일곱 개로 분류했다. 기쁨, 분노, 슬픔, 공포, 놀라움, 경멸 그리고 혐오. 이 감정들 가운데 다섯 개의 감정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불편한 감정들이 자연선택에서 인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면, 이런 어둡고 힘든 감정들도 어떤 가치나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아픔을 자각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이 다치고 장기 손상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반인에 비해 생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감정은 마음이 느끼는 통증이 아닐까? 따라서 이러한 감정들을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우리 삶의 유용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바쁜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갖지 못할 때 느끼는 죄의식은 `나는 나쁜 부모이다`라거나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지 않고 있다`는 감정의 덫에 걸리게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괴로워하기 보다는 이 감정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죄의식을 느낀다는 말은 어떤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며, 따라서 이때의 죄의식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일에 분노를 느꼈을 때에도 그 감정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자. 분노는 소중한 것이 위협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일 수 있기에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부정적 감정을 억지로 지워버리려고 하기 보다는 이 감정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시험의 긴장을 떨치려고 할수록 더 굳어질 수 있다. 떨림을 인정하고 눈앞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험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순간에도 긴 인생에서 하나의 문을 지나고 있음을, 이 외에도 수많은 길과 또 다른 문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대전 보문고 과학교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훈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