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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시작점에서 한걸음의 신앙을 배운다

2017-12-05기사 편집 2017-12-05 09: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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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⑮ 당진 합덕 성당길

첨부사진11929년 10월 9일 합덕성당 봉헌 모습. 사진=당진시 제공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막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다' 자전거 탄 풍경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누구나 어린시절 골목길에서 뛰어 놀던 개구쟁이 시절이 먼저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40대 이상이라면 유년 시절 최고의 놀이터였던 골목길에 대한 애환과 추억이 상당할 것이다.

골목길은 이렇듯 추억의 '보고(寶庫)'이다.



당진시 합덕읍에는 아주 특별한 작은골목이 있다.

아니 골목길이라 표현하기 조차 애매한 작은 길이지만 그곳만의 특별한 기억은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의 보고(寶庫)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충청도 지역에 처음으로 천주교가 전파된 것은 이존창(李存昌, 루도비코 곤자가, 1752-1801)의 활동에 의해서였다.

흔히 내포평야라 불리는 내포지역은 아산만 일대의 아산, 합덕, 예산,대흥, 홍주, 신창, 해미 등지를 통칭한 것이다.

택리지에 따르면, 이 곳 내포의 중심지인 아산 공세리 일대는 어·염상(漁· 鹽商)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고, 배가 잘 통해 교역의 이익이 많은 곳이라 했다. (이중환, '택리지')

합덕성당은 천주교 박해가 끝난 후인 1890년 아산의 공세리 성당과 더불어 충청도에 첫 번째로 세워진 성당이다. 박해가 끝나고 당진을 중심으로 하는 내포지방에 모여든 신자들을 위해 합덕과 공세리에 성당이 건립됐다.

합덕성당은 한 때 대규모의 농토를 소유하고 있어 여기서 나온 수익이 서울에 있는 신학교를 운영하는 기반이 됐다.

또한 성당 자체로 학교와 고아원도 운영,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했다.

합덕 성당에서 특별히 기리는 인물은 프랑스 선교사였던 페랭 신부이다. 30년간 주임 신부로 활동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병까지 치료해 주던 착한 목자로서, 한국전쟁 당시에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현재 성당 구내에는 페랭 신부와 북한군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려다가 함께 피살된 이들의 묘소가 마련돼 있다. 성당 내부의 중앙에 적혀있는 "사람이 온 천하를 얻을지라도 제 영혼에 해를 입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라는 성경 말씀은 페랭 신부가 신조로 삼았던 글귀이다.

당진시청 남광현 문화재팀장은 "합덕성당 주변 마을은 1886년 한불조약이 이뤄지면서 천주교가 공인화 되면서 박해받던 백성들에게 마을을 형성하게끔 땅을 사서 도지(賭地)를 줘 신앙촌을 형성한 특별한 마을이다"며 "합덕은 천주교와 함께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합덕성당 주변으로는 자연스럽게 집이 있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복잡함 보다는 친근감이 느껴진다. 성당과 집사이의 골목길은 거리가 매우 짧다. 1950년대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마을 모습은 현재와 거리가 멀지만 성당 옆 골목을 따라 합덕제로 이어지는 1km 정도의 둘레길은 합덕읍 주민들에게 매우 특별한 곳이다.

합덕성당에서는 매년 성당을 출발해 합덕제를 돌아오는 성체거동(성체를 모시고 성당 밖을 행렬하는 행사)을 실시한다.

행사는 미사 후 성체거동 가마 위에 성체가 모셔지며 시작한다.

맨 앞에 향복사, 십자가, 촛불, 취타대가 뒤를 이어 풍악을 울려 성체거동을 알리며 만장기를 든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또 향복사, 촛불복사 뒤에 성체를 모신 가마와 사제단, 수도자들과 신자들이 줄을 잇는다. 성체거동 이후에는 취타대의 공연과 제병 만들기 체험마당이 펼쳐진다.

변변한 축제가 없는 합덕읍에서는 오랜 세월 성체거동 행사를 통해 지역민의 화합과 역사를 지켜왔으며 천주교인들의 신앙을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합덕 성당 구내에는 내포지방을 찾는 순례자들을 위한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다.

순례자들은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 방문, 유스호스텔을 이용하고 있다. 연중 기간에는 성당 단체나 임원들의 연수 등 신자들의 재교육을 위한 시설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청소년들의 문화 행사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유스호스텔 뒤편에는 합덕수리(水利)민속박물관과 연꽃 호수(蓮池)인 합덕제가 연결되어 있어 이 지역의 농경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남광현 팀장은 "합덕성당을 포함해 주변의 순례길을 문화나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킬 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공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순례길 안에 작은 골목길. 추억의 골목길은 아니지만 순례길의 출발점이 되는 합덕성당 옆 작은 골목길은 이렇게 당진, 아니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와 함께 자리를 지켜왔다.

성당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둘러 볼 수 있고 내부도 항상 개방되어 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지만 지금도 이곳에 오면 오랜 역사와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예쁜 성당과 성당을 끼고 있는 정겨운 골목. 골목을 벗어나면 감상할 수 있는 합덕제와 평야의 모습은 사시사철 언제나 찾아가도 될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차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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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1959년 10월 25일 성체거동 행렬 모습. 사진=당진시 제공
첨부사진3성체거동 행렬 모습. 사진=당진시 제공
첨부사진4합덕성당 앞길. 사진=당진시 제공
첨부사진5합덕성당 옆 골목. 사진=당진시 제공
첨부사진6성체거동 행렬. 사진 = 당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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