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점에 다녀왔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점에 직접 갈 일이 줄어든 요즘이지만, 여전히 나는 취미 삼아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는 일을 좋아하고 서점을 갔을 때 꼭 들르는 코너가 동화책 코너이다. 새로운 동화, 이미 읽었던 동화에 상관없이 동화를 통해 마음이 정화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서점에서 늘 그렇듯 동화책을 둘러보는 중 이상하게 시선이 꽂히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여우와 두루미`였다.

최근 몇 년간 매우 중요하게 급부상한 단어 중 하나는 `소통`이다. 그리고 그에 연결돼서 동시에 급부상한 사자성어가 `역지사지(易地思之)`. 평소 두 단어를 모두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두 단어의 급부상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가 생기고 그 단어의 중요성을 한 번 더 느끼고, 그 단어를 실천할 확률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중 그 두 단어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눌 때 어렸을 적부터 꼭 배워야 하는 기본 성품이며 좀 더 그 부분을 교육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곤 했다. 그런데 `여우와 두루미`를 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아주 어렸을 적부터 동화를 통해 상대방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정말 상대방에게 필요하고, 상대방을 위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배워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처음 생긴 단어처럼 `소통`과 `역지사지`를 대하고 새삼스레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역지사지`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매우 소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빈번하게 사용될 정도로 자신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타인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다르게 설정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이기에 더욱 저 두 단어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세상 속, 어떤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걸 혼자 해결하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내가 설정한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를 배려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해서 원활한 소통이 되고 모두가 더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여우와 두루미가 행복해진 것처럼. 정예지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사업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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