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에 이스라엘 정부는 대한민국과의 수교 55주년을 맞이해 충남대, 연세대, 포항공대( Postec) 등 우리나라 10개 주요대학 총장을 초청했다.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이스라엘의 고등교육 정책과 창업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번 방문을 통해 실제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주일 동안 테크니온 공대, 히브리 대학 등 5개 대학 및 대학내 연구소, 고등교육위원회, 이스라엘 삼성 기업연구소 등을 방문해 느낀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혁신 교육시스템이 유치원에서 대학졸업까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는 학부모가 귀가하는 자녀에게 "오늘 선생님께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만, 이스라엘 교육현장에서는 "오늘 선생님께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물으며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가질 수 있는 능동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치원에서뿐만 아니라 대학에서까지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에 그 주의 강의를 미리 예습해오고 실제 수업현장에서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끊임없이 토론한다. 심지어는 그날 강의를 반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수업이 끝나고 나서 교수 연구실에까지 찾아가 토론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와 같은 수업방식이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문제를 인지해 해결방안을 찾고 21세기에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 혁신인재양성을 위해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둘째는 대학마다의 연구·산학협력 환경과 심지어는 군복무 경험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기술개발 및 스타트업(Startup)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기반이 된다. 이스라엘은 드론,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센서, 무인 항공기,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독자적인 핵심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은 남녀 구별 없이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에 입대해 남성은 3년, 여성은 1년 9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군복무하는 동안 국방산업과 연관된 다양한 첨단기술을 배우고 서로 협업하는 기회를 갖는다. 군 제대 후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벌써 어느 정도의 기술창업에 대한 기초능력을 구비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대학 내 실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새로운 혁신기술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하는 분위기속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핵심기술이 창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창업에 대한 실패까지 용인되는 사회 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었다.

셋째, 교수와 학생들은 창업이나 사업화에 고민할 필요가 없고 대학마다 설치된 기술이전센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외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창업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다. 대학 내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기반의 핵심기술들은 기술이전센터(Technology Transfer Center)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 법률 지원, 투자 유치, M&A 연계 등 모든 것이 원스톱 서비스로 지원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미국 인텔(INTEL)이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약 17조 5000억 원(153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까지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구글, 애플, IBM 등이 앞다투어 이스라엘의 창업 초기 기업인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었다.

넷째, 이슬라엘 국민은 자국에 대한 애국심이 투철하다. 인구 800만에 불과한 아주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5개 주요국가 중에 하나로 손꼽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히브리대학(Hebrew University)의 초대이사장으로 취임한 시기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대인들의 나라사랑, 이스라엘 국민의 애국심은 상당했다. 이스라엘 국민의 우수한 자원이 자국의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유학생들도 박사 후 과정(Post-Doc.)으로 미국의 주요대학에서 몇 년간 연구성과를 거둔 후 미국에서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고국으로 귀환해 자국발전에 기여한다. 석박사급의 고급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필자는 방문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느끼는 바가 참으로 많았다."오늘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물어보는 유치원 자녀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되는 이스라엘의 교육이 대학의 강의실과 실험실 창업까지 연결되어 글로벌 마켓으로 진출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험적 창업기업을 보면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미국의 유수대학과 혁신적 기업에서 실력을 쌓은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품고 고국으로 돌아와 교육과 산업현장의 전면에 서서 애국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을 책임지는 한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덕성 충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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