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다가왔다. 겨울은 하얀 눈,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낭만적인 계절이기도 하지만 소방관으로 여러 해 겨울을 지내다 보니 화재라는 말과 함께 마음 아팠던 화재현장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2013년 12월 광주·대구의 아파트에서, 경남의 한 주택에서 화재로 3명의 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

세종시에서도 2013년 1월 26일 새벽 4시 47분 소정면 고등리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치매환자 이모씨와 정신지체 1급인 아들 김모씨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를 당한 모자는 잠을 자던 중 거동이 불편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정면에서 가장 가까운 센터는 전의119안전센터, 현장까지는 5㎞로 골든타임 5분 안에 도착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신고 당시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다고 하였으니 밤길을 달리는 소방관들의 마음은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웠을 것이다.

지난 11월 3일 천안에 위치한 중앙소방학교에서 제55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해 독립 소방청 개청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육상재난을 총괄하는 소방조직에 거는 기대와 신뢰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소방관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국민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는 국가의 손`이라고 칭하면서 대형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역량을 조기에 구축하고, 거주지역이나 연령·장애로 인해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체계적이고 꼼꼼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통령의 말이 그대로 전달됐다. 사람이 먼저고 사람이 존중받아야 된다는 당연한 말이 이토록 와 닿는 이유는 나조차도 사람이 뒷전인 세상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일 것이다.

재난 약자가 안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단위인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서야 한다.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을 도외시한다면 그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람이 먼저인 안전도시 건설`을 핵심 시책으로 선정하여 여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 겨울에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초기 대응이 어려운 원거리지역, 사회취약계층에 기초소방시설을 보급하고, 요양병원 등 피난약자가 거주하는 시설에 대한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시 각 지역에 위치한 119안전센터 및 지역대를 출동거점으로 반경 3㎞ 밖에 위치한 5561가구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신규 보급하고 2016년까지 장애인 등 사회취약가구에 보급 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중 고장이나 파손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교체할 예정이다.

또한 화재가 날 경우 다수의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요양병원 등 피난약자시설에 대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관계자 회의를 개최하고 초기에 자위소방대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소방관서에서 원거리 주택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할 경우 화재발생에 따른 인명·재산피해 위험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적합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화마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평생을 피와 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재산이 잿더미가 되는 일이 없도록 올 겨울 안전대책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채수종 세종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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