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Pilotis)는 건물 상층을 지탱하는 독립 기둥을 말한다. 건물 1-2층을 기둥 만으로 설계해 지상층을 개방한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제창한 건축 양식으로, 지상층은 보행이나 주차, 차량 통행에 사용된다. 거주 부분이나 사무실은 지상을 왕래하는 사람과 차량의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는 2-3층 이상에 설계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과 구조물의 설계 기본 5원칙` 중 첫 번째로 필로티를 꼽았고 파리의 스위스 학생회관이나 마르세유의 아파트 등이 대표작으로 남았다.

국내에서도 필로티 구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에서 필로티 구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지 면적이 협소해도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고 실수요자는 사생활 침해와 층간소음 등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 같은 장점으로 필로티 공법의 건축물이 대거 늘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전체 건축물 13만 3602동 가운데 필로티 추정 건축물은 7026동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동 가운데 5동 이상이 필로티 건축물인 셈이다. 다가구주택도 마찬가지다. 대전지역에서 최근 10년 사이 건축된 다가구주택의 70-80% 이상이 이 공법을 도입했을 정도다.

필로티는 최근 들어서도 유명세(?)를 타며 이슈에 중심에 섰다. 그동안 난방에 취약하다는 단점 정도만 부각됐으나 얼마 전 발생한 포항 강진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것. 포항 지진에 따른 건축물 피해 상당수가 단독주택이거나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확인되면서 안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필로티 구조라 해서 마냥 지진에 취약하다고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전문가들도 건축양식을 따져보기에 앞서 시공기준 준수와 내진설계 등을 우선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필로티만을 볼 때도 내진성능 여부가 논란에 중심에 서야지 공법 자체가 지진에 취약한 근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만큼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는 필수가 됐다는 얘기다. 맹태훈 취재2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