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최소의 발견(이원 지음)=25년 동안 시를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시가 내게로 왔다는 말, 시가 가르쳐 주었다는 말…. 이원 시인은 25년 동안 다섯 권의 시집을 냈고 각각의 시집은 저마다 실험적인 언어와 낯선 이미지들로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하고 안 보이는 것들을 보이게 했다. 차갑고 이지적인 언어로 현대 문명의 비인간화된 풍경을 그려낸 전위적인 언어 예술가. 그러면서도 그가 쓰는 모든 안부 글에는 글자 하나하나에도 온도가 담겨있는 누구보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사람. 시인 이원의 이미지다. 이책은 그동안 시를 쓰며 알게 된 가장 작은 것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한 발명 노트이자 발견 노트이다. 민음사·284쪽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문국진 지음)=뇌전증을 앓으면서 위대한 걸작을 낸 작가가 있다. 이 작가는 발작을 일으키는 순간을 자세하면서도 문학적으로 표현해 의학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바로 도스토옙스키다. 그는 작품에서 표현한 뇌전증과 살인의 관계에 주목했고, 작가 내면에 잠재된 심리에 대한 여러 가설을 세웠다. 작품 속에서 뇌전증 발작과 환희, 격분상태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것은 그 자신도 측두엽 뇌전증 환자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예술작품을 해부해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법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단 한명의 억울한 죽음도 없도록` 연구해온 대한민국 1호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가 풀어내는 그림 속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자. 이야기가있는집·288쪽

◇딴짓의 힘(김충만 지음)=이 책의 목적은 딴 짓을 통해 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내가 더 나다워지는 시간을 경험하도록 한다. 우리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을 알아차려야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딴짓하는 시간은 바로 올바른 선택을 위해 자극과 반응 사이의 틈을 가지는 행위다. 딴짓의 본질은 `돌아옴`에 있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딴 짓이 아니라 일탈이다. 딴짓은 일상을 벗어나 잠시 내면에 집중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저자는 일탈과 달리 딴짓을 하고 돌아왔을 때는 딴짓하기 전 상태와 확연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딴짓은 감각과 생각의 자극을 통해 통찰과 몰입을 경험하고 나서 삶의 주도권을 찾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프리윌출판사·216쪽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정여울 지음)=이 책은 그동안 저자 본인이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자신에게 적용해 온 심리학 이론들을 문학이라는 감동과 함께 전함으로써 독자가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특별한 글쓰기를 시도한 책이다. 무엇보다 융 심리학의 핵심인 자신만의 그림자를 찾아낼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나만의 억눌린 무의식을 찾을 것을 주문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차원에서는 우리 모두가 서로 비슷하다고 주장한 반면 융은 인간의 개성을 서로 다른 무의식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융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복잡하게 꼬인 감정들의 근원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안톤 체호프, 서머싯 몸, 호메로스 등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었던 위대한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융 심리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믿음사·320쪽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주하림 지음)=이 책은 여성 징병제를 페미니즘과 공화주의적 시민의식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 책이다.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야 하는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여성들이 그동안 얼마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서 힘들게 살아왔는지 살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징병제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상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약자라는 이유로 계속 보호받는 입장에 서 있기만을 바라면 결국 스스로 차별 받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성 징병제가 실현되지 않는 이상 휴전중인 분단국가인 한국의 페미니즘은 절대 군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는 대한민국 여성들은 남성과 함께 징병됨으로써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는 헌법을 충족시키며 성 차별로부터 궁극적으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돋을새김·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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