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선 개인전

노은선, 그 때 내가 거기 서 있었다, Oil on canvas, 72.9x90.9cm, 1991
노은선, 그 때 내가 거기 서 있었다, Oil on canvas, 72.9x90.9cm, 1991
대전에서 활동하는 중견작가 노은선이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노은선 개인전은 우리네 삶을 작품으로 엿볼 수 있다.

인생은 길로 비유되곤 한다. 그래서 한걸음씩 걷는 발걸음이나 오랫동안 뛰어야 하는 마라톤으로 삶은 해석된다. 때로는 걷고 뛰면서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누군가를 앞서 보내기도 지나쳐 가기도 하는 모양새가 우리네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노 작가는 이러한 우리의 삶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저 길 위에 있는 모습이 아닌, 작가가 생각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 작가는 "나와 가족, 그리고 정원에 핀 꽃과 집, 이 모든 것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이면서도 내가 만들어가는 삶의 요소들"이라면서 "그들이 아름답기에 나 역시 아름다울 수 있고, 내 스스로를 다독여야 주변의 삶이 빛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노 작가는 실제로 여러 종류의 꽃으로 집을 장식한다. 집을 둘러싼 정원에 형형색색의 꽃씨를 뿌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본다. 봄에 꽃씨를 구해 적당한 자리에 뿌리고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꽃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을 옆에서 보고 느낀 노은선은 꽃들 속에서 생명의 힘을 발견한다.

노 작가가 발견한 생명의 힘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사람이 만나 아담과 이브처럼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와 부모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즐거움을 나눈다. 때로는 속상한 마음에 구름이 밀려드는 밤하늘을 의지하는 여린 소녀와 같은 마음을 가지지만 그 속의 달처럼 삶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이러한 꽃의 생명과 삶의 방향을 작가는 같은 원리로 이해했다. 그것은 작가 개인이 가진 신앙의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삶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바를 작품을 보는 이 역시 함께 느끼길 소망한다. 그래서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얼굴이 없거나 뒷모습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인 인물의 모습이나 표정이 들어나지 않도록 해서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대입하고 감정을 상상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독일 풍경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가 거대한 자연 속에 서 있는 방랑자의 뒷모습을 통해 관객을 화면으로 이끌었듯이, 노 작가 역시 관객들이 스스로를 작품 속 인물에 투영해보길 희망한다. 그래서 작품 속 인물, 특히 소녀는 작가 자신인 동시에 관객이다.

노 작가는 "소박하지만 삶에 대해 가진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꽃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낄지는 관객의 몫이다. 아직 작가는 자신이 겪은 삶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다 못 풀어냈다고 말한다. 다만 꽃잎 하나하나에 담긴 노 작가의 애정을 느껴보고, 꽃이 자연의 힘에 기대어 스스로 움트듯 우리가 걸어가는 삶의 길과 그 속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길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동덕여대 회화과를 졸업한 노은선은 2010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이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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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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