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당초 9월 발표에서 세 차례나 미뤄지면서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책은 기존의 대책과는 정책 대상에 큰 차이를 두고 있다. 청년층, 신혼부부, 고령층 등 저소득 취약계층을 포함한 주거복지를 위한 민생 대책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를 구축하는 로드맵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생애단계별, 소득수준별 맞춤형 지원, 둘째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임대차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 강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력적 주거복지 거버넌스 구축 및 지원 역량 강화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과거 지원대상별 단편적 지원과 공급자 위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이번 대책의 실질적인 주요내용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주택 100만 호 공급계획이라 할 수 있다. 65만 호의 공공임대, 20만 호의 공공지원주택, 15만 호의 공공분양주택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이 성공리에 이뤄지기 위해서 검토돼야 할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는 공적 주택 100만 호 공급의 실현가능성이다. 이미 알려진 100만 호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이번 발표에서는 85만 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발표됐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도 공공임대, 민간임대, 건설임대,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 다양한 임대주택을 공급해왔고, 연 11만 호 임대주택이 공급됐다. 참여정부에서도 임대주택 100만 호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45만 호정도 공급으로 끝났다. 그런데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결국 재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재정 부담은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부담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둘째 신규 토지 확보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미 77만 호를 공급할 수 있는 공공택지를 확보한 한편 40여 곳의 추가 공공택지를 신규 개발해 16만 호의 주택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규 택지 개발에는 후보지 선정, 토지 보상과 관련해 상당한 시간과 재정이 소요될 것이다. 수요자 맞춤형으로 공급하는데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수 있다.

셋째 이번 발표에 임대 등록 활성화, 세입자 보호 방안이 빠졌다.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제 개편, 임대사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유인책 등 중요한 사안들이 발표되지 못했다. 세입자에 대한 보호 방안과 관련한 임대차시장의 투명성 강화방안은 12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택 매도, 보유, 임대사업 등록, 을 팔아야 할지, 보유해야 할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다주택자들에게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도입되는 연금형매입임대은 고령자가 보유한 부동산을 유동화 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고령자의 주택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을 한 이후 청년층에게 임대하고 그 대금을 연금방식으로 분할 지급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자신의 집을 임대로 내놓은 노인층에는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6.3% 임대주택 재고율은 OECD 평균은 8%에 부족한 편이라 공공주택의 공급확대는 당연하다. 하지만 구체적 재정 조달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계획이 발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거복지 로드맵이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서 차질이 생겨, 과거정부의 공급확대 중심 정책의 반복에 끝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한편으로 공공주택 공급방안 개선, 임대시장의 투명성 제고, 세입자 주거비 부담 축소 등을 위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종합대책으로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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