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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아픔 걷히고 나니 문화예술의 향기 피어난다

2017-11-28기사 편집 2017-11-28 15: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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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⑭ 충남 서천

첨부사진1미곡창고 외부 모습
충남 서천은 역사의 굴곡을 그대로 담고 있는 도시다.

특히 장항은 일제 강점기에 충남 유일의 쌀 집산항이자 미곡 수탈 전초기지였다.

1930년 10월 개항한 옛 장항은 갈대만 무성한 갯벌이었다. 일제는 주민들을 동원해 제방을 쌓고 매립해 항만시설을 구축하고 격자형 도로망을 조성했다.

경기와 충남, 강원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금 등 광업 자원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수탈의 현장은 장항항에서 서쪽으로 200m를 가면 지금도 볼 수 있다.

1980년대 초까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의 과거 명칭) 사회과부도 표지에 국내 산업발전의 일등공신으로 소개됐던 장항제련소다.

시커먼 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하늘높이 치솟은 장항제련소 굴뚝은 우리 경제발전을 대변하는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장항제련소는 국내 근대화의 선봉장으로 과거 광물자원 수탈의 제일선에 있었다.

수많은 동, 금, 은, 납, 아연 등이 장항제련소(1936년 준공)를 통해 일제에 수탈됐으며, 이를 위해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역사적 아픔을 뼛속 깊이 간직한 곳이다.

과거에는 장항제련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는 유래도 있다.

일제강점기 광물자원 수탈의 전초기지란 멍에를 썼으며, 해방 후에는 한국광업제련공사로 재설립 되면서 1971년에는 민영화를 이루고 1974년 1만5000t, 1976년 5만t 규모로 확장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기여한다.

국내 근대산업화의 선봉장이란 영예를 누린 장항제련소는 전성기도 잠시, 장항제련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인한 환경오염과 설비 노후화 등의 사유로 1980년대 중반에 철거됐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라는 명언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경기, 충남 일대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증거물이자,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미곡 보관창고 역시 장항항 50m 북쪽 인근에 위치해 있다.

1931년 장항선 철도 개통을 계기로 곡물 출항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제의 필요에 따라 설치된 것이 바로 미곡보관창고다.

건물 내부 콘크리트 기둥과 목조로 짠 천장 골격 등 독특한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건축 원형이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쌀 수탈의 역사적 증거물로 남아 2014년 등록문화재 591호로 지정됐다.

군은 방치된 이 건물을 개·보수를 최소화해 2015년 복합 문화 공간인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재 탄생시켰다.

이제 이곳은 눈물 섞인 쌀 대신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문화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고, 아이들과 함께 인형극을 감상하며, 언제든 내 손으로 도자기에 색을 입히거나 모시꽃 만들기 같은 체험에 참가할 수도 있다.

또한 커피와 차를 마시며 쉬기 좋은 카페도 있다.

현재 문화예술창작공간은 서천에 기반을 둔 인형극단 또봄(대표 이애숙)이 수탁 운영하고 있다.

이애숙 대표를 비롯 2명의 실무진이 연중 공연과 행사를 전담 기획 추진해 서천에 관련된 주제로 주기적인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애숙 대표는 "처음 개관 했을 당시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그간의 노력과 결실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역량이 다소나마 축적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창작공간이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안착, 기개를 펼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항항과 장항제련소가 활성화 될 당시 이곳 거리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을 만큼, 번성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한산한 편이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지켜온 맛까지 달라진 건 아니다.

문화예술창작공간 건물 뒤쪽에는 약 20여개 음식점이 모인 장항 6080 음식 골목길이 있다. 대를 이어온 아귀찜을 비롯해 구석구석 숨은 맛 집이 많아 문화예술창작공간의 공연 및 전시 관람 후 식도락 코스로 잡으면 딱 알맞다.

길 끝에는 서천에서 유일한 개봉관인 기벌포영화관이 위치해 있다.

예전 중앙극장 자리에 생긴 기벌포영화관은 상영관이 2개뿐인 작은 영화관 이지만 쾌적한 시설만큼은 대형영화관 못지 않고 관람료도 저렴해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찾기 좋다.

지금도 장항에 가보면 장항의 전성기를 떠올릴 만한 근대유산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빨간 벽돌이다. 장항에는 유난히도 빨간 벽돌로 지어진 슬래그 벽돌 집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당시 제련소에서 금속을 녹이고 남겨진 물질인 붉은 흙빛의 슬래그 벽돌로 건물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지금도 빨간 벽돌집은 장항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서천군은 향후 장항 곳곳의 근대 문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장항 역사문화 시공간 '장항도선장 가는 길'사업, '장항6080 프로젝트사업' 장항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장항 화물역 리모델링 및 공생발전 거점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장항6080 음식골목길 주변에 6080 음식골목길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매주 정기 모임을 통해 서천관광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나한일 서천군 문화콘텐츠팀장은 "6080 골목길 사업을 통해 머무는 힐링 관광, 아름다운 서천 관광, 그리고 장항이 새롭게 발전, 은어가 고향을 찾듯이 다시 돌아와 정주하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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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슬레기 벽돌집 모습
첨부사진3지금은 폐쇄된 장항항 도선장 과거 모습
첨부사진4장항읍 시내 전경
첨부사진5장항제련소 굴뚝
첨부사진6장항제련소 굴뚝 모습
첨부사진7장항항 도선장에서 배를 내리는 모습
첨부사진8장항항에서 바라보는 장항제련소 모습
첨부사진9장항제련소 전경
첨부사진10장항읍 송림동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장항제련소 굴뚝 모습
첨부사진11장항제련소 굴뚝 현재 모습
첨부사진12장항 6080 음식거리 입구 모습
첨부사진13장항 6080음식거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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