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여부 직접적 언급 안해

청와대가 26일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 그동안 중단됐던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사회적·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페이스북 등을 통한 동영상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법 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며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과거 5년 주기로 진행됐으나, 2010년 이후 8년간 조사가 중단됐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도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을 다루고 있어 새로운 공론장이 열리고 사회적·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낙태죄 폐지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은 청와대나 정부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그동안 진행됐던 관련 논의와 임신중절 현황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뒤,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대책도 마련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조 수석에 따르면 2010년 조사 기준으로 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한 해 16만 9000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며,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 해 10여 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해 2000만 명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 시술을 받고 이 중 6만 8000명이 사망했다는 조사를 2006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 중이라는 사실도 소개했다.

조 수석은 "실태조사 재개와 헌재 위헌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이런 사회적·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체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편 낙태에 대한 이번 청와대의 입장발표는 지난달 29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한 청원 글이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섬에 따라 28일 만인 이날 공개된 것이며,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한 답변에 이어 두 번째다.

청와대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사건을 통해 공론화된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요청하는 청원 글이 이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만큼 이에 대한 답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 대통령은 청원 인원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국민적 관심이 크다면 적극적으로 답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송충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