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포항 지진 이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연기한 23일 대전을 비롯한 충남·북 지역에는 눈이 내렸다.

이 중 대전은 지난해보다 3일 빠르고 평년보다는 4일 늦은 첫눈이었다. 눈은 다행히 수험생들이 입실 한 이후 내려 큰 피해는 없었지만, SNS상에는 `99년생 끝까지 따라다니는 수능 한파`라며 99년생들을 안타까워 하고 격려하는 글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1999년생들은 중요한 시기마다 누구보다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겪었다.

신종플루, 메르스, 세월호 참사, 포항 지진 같은 유행성 질병과 대형참사로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것은 물론 수능 24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험일이 전날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일부 학생들은 홀가분한 마음에 문제집, 참고서를 버렸다가 다시 책을 사는가 하면, 미뤄뒀던 여행, 공연 일정을 조절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이쯤되면 SNS상에서 `99년생 수난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하지만 보여지는게 다가 아니며,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만도 아니다.

초유의 사태였고 혼란도 있었지만, 포항 지진 여파가 시험보는 내내 다행히 이어지지 않았고, 하늘에선 깜짝 눈도 내려보냈다.

선조들은 동짓달에 눈이 많이 내리면 오뉴월에 비가 많이 내려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눈이 물을 머금고 있다가 봄이면 녹아내려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또 눈이 보온막 역할을 해 보리들이 얼어 죽지 않게 해 줘 `눈은 보리 이불`이라고도 불렀다. 결혼 전날 밤이나 장례 때 눈이 오면 좋고, 첫 눈 위에 넘어지면 1년 내내 재수가 좋다는 속신(俗信)도 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공기가 오염돼 엄두가 나지 않지만, 과거에는 `첫눈 먹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는 속설이 있어 눈을 한 움큼씩 입에 넣기도 했다.

최근 몇년동안 따뜻했던 수능을 뒤로하고, 수험생들이 수험실로 입실한 후 깜짝 눈을 내려 보낸 것은 3년 내내 마음 고생 한 학생들을 위로해주겠다는 하늘의 선물은 아니었을까.

박치성 시인의 시 `봄이에게`의 마지막 행처럼 전국의 59만3527명의 수험생들은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말이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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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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