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의도한 대로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도 성적표가 초라하다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국가대사도 백년대계라도 마찬가지다.

올해로 착공 10주년을 맞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과연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세종시의 신도심인 행복도시는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일소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렇다면 행복도시가 완성되는 2030년에는 행복도시로 인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알다시피 행복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와중에도 수도권의 블랙홀 현상은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2015년 기준으로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49.5%, 사업체수의 47.4%, 매출액의 55.1%가 집중돼 있다.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목표로 행복도시를 추진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현재의 행복도시는 당초 목표인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견인하기에는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

◇행정기능만 활성화된 도시

행복도시는 51개 중앙행정기관 중 21개 기관만이 위치하고 국회와 청와대는 서울에 있다 보니 `반쪽 짜리 행정도시` 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행정 기능만 활성화 돼 있고, 행정을 뒷받침할 정치, 사회, 문화, 경제, 교육 등 나머지 복합적인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행복도시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국회 업무를 위해 수시로 서울로 오가야 하는 불편함도 여전하다.

행복도시는 세계 수준의 명품 도시를 지향하고 있지만 균형발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행복도시만으로는 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행복도시를 넘어설 수 있는 더 강력한 도시가 필요하다. 행복도시를 뛰어 넘는 행정수도만이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등 이 시대가 남긴 미완의 숙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행정수도가 됐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행정수도 개헌, 국회분원 설치, 미이전 중앙부처의 이전 등 3가지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 이 3가지 처방이 행정수도를 완성할 수 있는 좀 더 확실한 카드이자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3종 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3가지 과제 중 1가지라도 놓치면 온전한 행정수도가 됐다고 말하기는 곤란할 듯 하다.

◇행정수도 개헌, 국회분원 과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3가지 과제 중 미이전 중앙부처의 이전은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섰다. 행복도시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세종으로 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부처 이전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가 자신들을 포함해 서울에 남아 있는 부처들의 이전 시기만 결정하면 된다.

행정수도 개헌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세종시=행정수도`라는 문구를 개헌안에 넣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안이다. 헌법에 문구를 명시한다고 해서 행정수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적인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우선 국회개헌특위의 의제로 `행정수도 개헌` 이 포함돼야 한다.

세종시 국회분원도 간단치가 않다. 국회분원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은 논의 조차 되지 않아 맘을 졸이게 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국회 세종시 분원 타당성 연구` 중간 보고에서 국회분원이 종합적으로 타당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은 정말이지 다행스럽다. 국회가 주도한 연구용역에서 국회분원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처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3개 과제 모두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금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지성들이 공동의 지적 능력과 자산을 나누고 있다. 이들이 집단적인 지성이 결국 행정수도를 완성하고,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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