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를 통해 가족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 강좌에 참여한 적이 있다. 텍스트로 선정된 영화는 한국영화 `변호인`, 일본영화 `쉘 위 댄스`, 프랑스 영화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다` 세 편이었다.

우선 `변호인`에 나타나는 가족은 가장이 주거를 마련하고 생계를 책임지면서 권위와 의무가 가장에서 집중되는 형태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면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표시`를 남긴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일종의 `영역표시`이다. 7년이 지난 후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자 웃돈을 주면서까지 그 집을 사서 가족을 그 곳으로 데려오고 어린 자식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너희를 위해 아빠가 이 집을 지었노라고. 이러한 가족형태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시대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두 번째 `쉘 위 댄스`에서의 가장은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것에 회의를 품는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자신을 위한 삶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 선택은 가족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다. 이미 다양한 가족형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모습이 현대의 가족 모형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다`에서는 한 여성이 각자 아빠가 다른 세 아이를 혼자 떠맡아 키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남은 짐을 가지러 온 전 남편은 잠시 머무르는 동안 아이들을 보살피고 전 아내를 돕는 가장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한다. 강좌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정부의 중요과제로 부각되면서 아이들의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상당부분 정부가 떠안게 되면, 이런 모양의 모계중심 가족형태가 일반화 될지도 모른다는, 별로 달갑지 않은 결론으로 마무리 되었다. 일반적인 미래전망에서 부정적인 부분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이유는,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한 몫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인류가 생긴 이래 사회형태는 끊임없이 변해왔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미래사회가 갈수록 개인을 중시하는 형태로 변해 간다면, 각 개인의 정신적인 성숙도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근래 들어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느리게 살기`, `명상, 수행` 같은 시도들이 그러한 대응책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예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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