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포르투갈의 높은 산
포르투갈의 높은 산
`파이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네 번째 장편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출간했다.

피이이야기에서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예리하고 통렬한 시선, 절묘한 함의 속에 숨은 반전을 내보였던 얀 마텔의 이번 소설은 지극한 사랑 뒤에 지독한 슬픔을 겪은 세 남자가 상실, 그 이후의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얀 마텔은 1904년부터 1981년까지 포르투갈과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세기에 가까운 장구한 세월 동안의 인간사를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괴이하고도 몽환적으로 펼쳐보인다. 각 부마다 한 편의 완성된 소설로 읽히는 세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포르투갈, 침팬지, 여행이라는 운명적 모티프(motif)로 깊숙이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서사를 따라 베일에 싸인 소설 속 미스터리가 점차 해소되는 흥미진진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소설에서 얀 마텔은 그동안 일관되게 천착해 온 주제들인 신과 믿음,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 진실과 허구 등의 문제를 다룬다. 파이이야기가 극한의 상황에서 역경을 딛고 신과 믿음에 대한 참된 의미를 깨달으며 성장해가는 한 소년의 모험기를 그렸다면, 이 소설은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린 참혹한 운명 앞에 마주한 세 남자가 그것을 다시 회복해나가는 여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믿음과 이성의 균형을 맞춰가는 요원하고도 긴급한 문제에 대한 의식을 일꺠우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다름 아닌 인간의 의지라고 할 때, 인간이 한없이 연약해지는 순간은 바로 그 균형이 조화롭지 못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부서진 믿음의 실마리를, 믿음과 불신 사이의 깨어진 균형을, 나아가 존재의 구원을 우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이 소설이 전하는 `이야기` 안에서 우리 각자가 찾아야 할 몫일 것이다. 얀 마텔에 따르면 인간 존재의 정체성은 "이야기를 통해 나오고 이야기를 통해 예증되며, 이야기를 통해 이해되기 때문"이다. 혼란한 상실의 세계 속, 존재의 미스터리에 담긴 놀라운 비밀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자리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작가정신/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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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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