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공석중인 정무수석직을 제안받았으나 고심 끝에 고사한 사실이 어제 확인됐다. 현직 대변인에게 한 단계 격상시켜 수석직을 맡기려 했다면 박 대변인의 능력과 자질, 성실지수 등 요소를 높이 샀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런 그가 중도 퇴진한 전병헌 전 수석 후임으로 낙점됐던 것 같은데 그 직을 받지 못하는 사정을 밝힘에 따라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박 대변인의 선택은 내년 지방선거 때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고 또 역지사지해보면 그 심정을 알 만하다. 제안받은 정무수석직으로 이동하고나서 몇 달 안돼 충남지사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사의를 표하고 청와대를 나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 지금의 대변인직을 무탈하게 수행하다가 법정 시한에 맞춰 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굳혔음을 뜻하고 이런 일련의 박 대변인 행보가 충남지사 선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전망으로는 박 대변인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그가 충남지사 선거전에서 1위의 성적표를 쥐게 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고 그런 뒤 야당 유력 후보자를 압도해야 비로소 대미를 장식할 수 있게 된다. 정치권 생리를 잘 아는 데다 19대 의원직을 지낸 박 대변인이 게임의 룰을 모를 리는 없고 어쨌든 무슨 감이 잡히기는 하는 것 같다. 이기는 싸움에 대한 자신감에다 표의 확장성과 관련한 인적·물적 기반 면에서 믿는 구석이 있다면 내년 지방선거가 그에게 절호의 기회인 것은 맞다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무수석으로 갔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충남지사직 도전 카드를 포기해야 하는 만큼 여의치 않은 일이지만 지역과 강한 연결고리 역을 맡는 것도 길게 보면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또 박 대변인 지역구였던 곳에서 재·보선 사유가 발생하는 운이 닿으면 의회로 귀환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혹 그게 여의치 않더라도 4년 뒤에는 선택지가 더 넓어진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박 대변인은 아직 정치적 장래가 창창한 편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