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수거꾼 등장…하루 폐지 주워 4~5천원선

추워지는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아침 최저기온이 연일 영하권에 머물며 활동하기 좋지 않은 계절이 찾아오자 길거리에서 폐지를 주워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트럭을 이용해 나오는 폐지를 싹쓸이 해가는 전문수거꾼들이 늘어나면서 하루종일 발품을 팔아봐야 폐지 줍는 노인들의 손에 떨어지는 돈은 4000-5000원 남짓이다.

22일 오후 1시.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만난 이모(75) 씨는 주위를 살펴가며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이 씨는 원룸이 밀집한 이 곳은 각종 폐지와 함께 빈병 등이 자주 나와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씩 동네를 살핀다.

이 씨는 "오늘은 그래도 소주 빈병이 많이 나와 다른 날보다 조금 낫다"며 "평소에는 폐지를 주워 팔아도 5000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같은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박모(78·여) 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힘이 딸려 손수레는 끌지 못한 그에게 유모차는 보행보조 도구이자 수레 역할을 한다. 유모차에 폐지를 가득 실어도 가격은 700-800원. 하루에 5-6번은 고물상에 폐지를 갖다 주고 나오기를 반복한다.

박 씨는 "폐지 가격이 올라서 줍는 맛이 나기는 하지만 전문수거꾼이 등장하면서 폐지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날은 추워져 가고 난방비 등이 겨울을 나려면 평소보다 돈이 많이 드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고물상 주인은 "날이 추워지면 평소보다 폐지를 주워오는 노인들이 반 정도는 줄어든다"며 "아무래도 추워진 날씨와 괜히 나왔다가 몸이라도 안 좋아지면 병원비가 더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노인일자리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노인들은 내년 3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1만 1425명이다. 보통 3월에서 11월까지가 사업기간이고 12월부터 2월까지는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다. 1500명은 1년 내내 근무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1만여 명은 고정수입이 끊긴다.

이 사업은 주 3일, 1일 3시간씩 월 30시간을 근무하는 것을 기준으로 27만 원이 지급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경륜을 살려 문화해설을 하거나 공원지킴이, 환경미화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된다.

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김모(69)씨는 "기초연금만으로는 생활하기에 빠듯하다. 27만 원의 부가적인 수입이 있어 그나마 괜찮았는데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후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지난 2006년 67.3%에서 2014년 35.7%로 급격히 떨어졌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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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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