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가 유력시 되는 인사들의 출판기념회 개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저작물의 출판을 축하하기 위해 여는 모임이다.

전문 작가나 연예인, 학자 등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해온 일에 대한 소회나 작품의 홍보 등을 위해 기념회를 갖곤 하지만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다르다.

정치인들의 출판물은 대부분 자서전 형태로 발간되기 때문에 이 책들은 감동을 주기에 무리가 있다.

자신의 세를 늘리고 얼굴을 알리는 목적뿐만 아니라 선거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선거전 출마예정자의 출판기념회는 관례처럼 열린다.

즉 출판기념회의 본래 목적을 상실한 채 정치자금을 걷어 들이는 방법으로 악용되는 제도를 유지한다.

책에는 그 책에 맞는 가격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의 가격이 없다. 가격은 분명 적혀있지만 요식행위로 적혀 있을 뿐 전혀 상관이 없다.

참으로 독특하다. 안내데스크에 설치된 모금함에 봉투를 넣고 책을 한권씩 받아간다. 봉투 안에는 얼마가 들어있는지 알 수 가 없다. 서로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2만원 정가의 책을 50명의 이해당사자가 현장에서 각각 100권을 구입하면 1억원이 된다. 너무 비상식적인 상황이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가만 지불하면 다량의 구입 및 판매는 불법이 아니다.

아주 쉽고 편리한 정치자금 모금의 통로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은 액수와 지출 내용을 신고할 필요가 없다. 달콤한 편법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출판기념회 제도의 존속은 후원금을 빙자한 거액의 돈과 출판기념회에 안에서 이루어지는 뇌물은 합법적인 금액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공적 영역에서 직무 청렴성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김영란법의 의미도 퇴색시킨다. 더욱이 공직자의 범위를 공공성을 가진 영역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정치권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한다.

누구나 다하는 출판기념회 개최를 비난하거나 폄훼해서는 안 된다.

다만 앞으로 이어질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이해당사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 출판물로서 감동을 주는 행사 본연의 목적을 이루길 기대한다.

차진영 당진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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