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라 트라비아타

오지희 교수
오지희 교수
지난 15일에서 18일까지 나흘에 걸쳐 대전오페라단 창단 30년 기념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수많은 오페라 레퍼토리 가운데 지금 이 시대에 들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면서 음악적으로도 심금을 울리는 베르디 대표작이 30년 기념오페라로 선정됐다. 이는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로 30년을 축하하면서 관객과 음악적 소통을 의도한 대전오페라단의 의지로 보인다.

오케스트라 반주와 노래, 합창은 서로 잘 맞지 않는 부분이 간헐적으로 드러나긴 했어도 지휘자 류명우의 지휘하에 크게 어긋남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부자연스런 연기력을 보이긴 했지만 소프라노 박미자는 서정적이고 청순가련한 비올레타로, 소프라노 김순영은 사랑에 몸부림치는 강렬한 비올레타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알프레도 역의 테너 서필이 들려준 격정적인 울림은 남자주인공의 비극적 상태를 실감나게 표현했으며, 아버지 제르몽 역할을 맡은 우주호와 길경호의 깊고 풍성한 소리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강했다. 반면 이번 오페라의 가장 큰 아쉬움은 오페라의 인상과 방향을 결정짓는 연출에서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어두운 조명과 무대를 꽉 채운 기둥과 벽면은 시각적으로 답답해 보였고, 특정장면에 한꺼번에 등장한 합창단은 좌우를 둘러싼 무대장치로 서있기에도 비좁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수많은 라 트라비아타 연출과 차별화된 새로움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한 지역에서 30년 동안 매년 오페라를 올리는 일은 작품의 수준과 내용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오페라와 지역문화 발전에 공헌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2014년부터 몽골국립극장과의 협업은 한국과 몽골 음악계의 가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대전오페라단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대전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는 민·관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문화교류의 가치는 실현했지만 예술적으로 과감한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음악적으로 수준급 역량을 펼쳤음에도 진부한 이미지로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를 표출하지 못한 점은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라 트라비아타가 시사하듯 혁신적인 참신함에 기반한 오페라를 생산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는 대전오페라단에게 더욱 절실하다

결국 대전오페라단의 30년 기념오페라는 지역의 한 단체의 역사가 곧 대전오페라의 역사이자 대전음악계의 중요한 축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과거를 발판으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에 따라 새로운 대전오페라의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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