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농사일을 대신하는 시대다. 로봇이 주파수 식별기술을 통해 전자태그가 달려있는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며 농장일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미국에선 로봇이 과일 나무로부터 얻어진 이미지 색상을 분석해 처방을 내리는가 하면 과일의 크기와 나무에 열릴 열매의 수를 추산해 수확량을 예측하는 연구까지 이뤄지고 있다.

전적으로 노동에 의존해 수확하는 방식이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은 점에 착안해 개발된 사과로봇은 사과 인지시스템과 사과를 진공으로 잡아 딸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초당 1개의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적외선과 열상카메라를 이용해 벌레와 해충이 모여 있는 구역을 찾아내 살충제를 집중 투하할 수 있는 어그리드론이 개발돼 화제다. 실험결과 전체 농장에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을 찾아 투하하기 때문에 살충제 피해를 최소화하고 토양보호에도 효과적이었다.

농사일을 하는 로봇으로까지 진화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농가에서 수매한 쌀을 실은 차량의 무게를 재는 계근에서부터 입고, 수매, 정산까지 쌀 수매의 모든 과정을 전산처리하는 쌀 수매관리시스템이 상용화에 들어갔다. 첨단 IT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 농법이 개발돼 영세 농가에 보급 중이다. 전통적인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어그리테크`가 농업과 농촌 환경을 바꿔놓을 태세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의미하는 어그리테크는 농업테크, 팜테크라고도 불린다. 어그리테크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작물을 기를 수 있는 기술과 사람의 노동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식량을 가꿀 수 있는 기술로 나뉜다. 보다 값싸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IT업계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어그리테크에서 찾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어그리테크 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어그리테크 산업은 스마트팜이다.

그러나 우리의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재배환경을 개선해 이를 컨트롤 하는 수준이다. 세계 농식품 시장 규모가 5조 3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그리테크 산업 육성에 집중할 때다. 이 산업이 성장하려면 데이터를 얻고 저장하고 분석해 어떤 표준화된 자료를 만드는 것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확산하고 있는 스마트팜 사업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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