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수요프리즘] 밤이 아름다운 도시

2017-11-21 기사
편집 2017-11-21 17:34:15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
밤이 길어졌다. 도시에 밤이 찾아오면 낮 동안의 분주함을 조용히 덮은 채로 낮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풍경이 연출된다. 낮 동안 보이던 도시의 모든 디테일은 어둠속에 가려지고 조명 빛을 비추는 부분만 드러나면서 마치 옷을 갈아입은 듯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야경은 낮의 풍경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관광객들을 매료시킨다.

밤의 풍경으로 기억되는 도시들이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체코 프라하, 베트남 호이안은 아름다운 빛의 연출로 유명한 도시들이다. 세계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진 부다페스트는 낮에는 다른 유럽도시들에 비해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그러나 해가 저물면 도나우 강가에 자리한 국회의사당, 부다 왕궁, 어부요새 등이 은은한 주홍색 조명을 받아 일제히 빛을 발하고 그 빛을 다시 받은 도나우 강물은 황금빛으로 일렁인다. 여기에 빛으로 연출된 세체니 다리의 유려한 곡선이 더해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중세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보전되어 있는 도시이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블타바강에 이르면 언덕위에 우뚝 솟은 프라하성의 야경이 드러나는데 강에 비친 카를교와 프라하성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치는 인상적이고도 매력적이다. 또한 도시 곳곳의 빼어난 건물들에 부드러운 색조의 빛을 비추어 도시 전체에 품위 있는 밤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베트남 중부지역에 위치한 호이안은 오래된 항구도시로 노란색 건물들로 채워진 옛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어둠이 내리면 거리를 가득하게 장식한 연등들이 일제히 켜지면서 형형색색 빛의 향연이 시작된다. 이와 함께 바로 옆 투본 강가에서는 여행객들이 강 위로 작은 촛불연등을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빈다. 오래된 거리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등불들이 캄캄한 밤하늘과 강물 위에 수를 놓으며 신비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호이안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지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야간에는 조명된 부분으로만 시선이 집중되므로 주간에 비하여 효율적인 경관연출이 가능하다. 도시의 경관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세월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야간경관은 조명을 통하여 짧은 기간 내에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자하여 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야간조명은 도시의 관광정책에서도 중요한 전략요소가 되고 있다. 경관조명을 시의 정책으로 적극 추진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리옹이다. 리옹에서는 도시의 조명계획이 선거공약으로까지 내세워졌었다. 1989년 당선된 미셸 느와르 시장은 공약대로 5년간 매년 시재정의 5%씩을 야간경관 조성사업에 투자하여 150개 건물과 교량에 조명기기를 설치하여 도시 전체를 커다란 조명 예술작품으로 바꿔놓았다. 이 계획은 컨벤션 산업과 연계되어 리옹시를 세계적인 관광도시와 국제회의도시로 부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고 리옹은 '빛의 도시', '밤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명성을 갖게 되었다.

도시에 있어서 야간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조명을 무조건 밝고 화려하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요란한 색채의 조명을 서로 경쟁하듯이 밝게만 한다면 마치 테마파크와 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이며 깊이 없고 산만한 경관이 만들어질 것이다. 강조할 곳, 연출이 필요한 부분에는 과감하게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도시 전체적으로는 인공조명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등 적극적이면서 동시에 절제된 조명계획이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 도시도 야간조명을 통하여 도시 전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첨단과학도시, 대전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 보다도 빛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빛의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대전의 장소적 특성 등과 연계한 빛의 적용전략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전이 멋진 야경으로 유명한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 불리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숙 충남대 공과대학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