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고병원성 조류인플류엔자(AI)가 올 겨울에도 또 찾아왔다. 전북 고창의 육용오리 사육 농가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 H5N6형으로 확진 됐다. H5형은 지난해 11월 발생해 올 4월까지 전국에 창궐했던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다. 폐사율이 높아 전국의 닭 농장을 초토화시키고 달걀 대란을 초래한 고병원성이다. 철새도래지인 전남 순천만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천안·아산과 안성, 군산에서도 철새분변 등에서 H5형 항원이 확인됐다고 한다. 고창뿐만 아니라 또 어디서 발병할지 긴장을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가적인 행사인 평창동계올림픽을 70여일 앞둔 시점이어 그야말로 비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해당 농가의 오리를 살 처분하고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제는 이낙연 총리가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도 열었다. 충남도 등 지차체도 일부 지역에서 운영하던 거점소독시설을 전역으로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방역활동에 들어갔다. 전국의 가금류와 관련 종사자·차량의 이동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도 발동했다.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국이 신속한 총력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방역당국에만 그쳐선 안 된다. 가축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는 일이다.

고병원성 AI는 지난 2003년 국내에 처음 발생했지만 2014년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중요한 건 AI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초동 방역을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 지난해 AI 피해가 유난히 컸던 건 초동 대처가 실패한 탓이라는 지적이 있다. 초기단계에서 막지 못하면 겉잡을 수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확산될 경우 단순히 가금류 폐사 등 물질적인 손실에 그치는 게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진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40만여 명의 외국인이 찾을 예정인 만큼 국가 이미지 실추도 빼놓을 수 없다. 고병원성 AI의 초동 진압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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