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당·정·청은 어제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공수처법을 조속히 입법화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상기 법무장관 외에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참석해 공수처 설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수처 설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거니와 검찰 개혁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입법화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의 반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압박하고자 하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 같다.

현재 공수처법안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안 등 3건의 의원 발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으며 지난달 법무부도 별도의 법안을 공개한 상태다. 당·정·청은 일단 법무부가 마련한 법안을 바탕으로 국회 심의에 임하기로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야당의 반대가 녹록치 않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장악해 국가 주요기관 전체를 지배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공수처가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어 야당이나 정적 등에 대해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도 속수무책이란 주장도 펴고 있다. 야당의 이런 우려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수처 도입 자체를 막을 정도의 이유로는 부족해 보인다. 이런 걱정이 앞선다면 오히려 법안 심의과정에 적극 참여해 공수처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 공수처장 인선과정의 투명성과 국회의 통제권 등을 보완해 나가면 될 일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내년 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연설에서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과 주변부터 수사대상이 되겠다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공수처 설치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은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공수처가 만능은 아니지만 검찰 개혁도 촉진한다는 점에서 도입을 늦출 이유는 없다. 당·정·청이 운을 뗀 만큼 야당도 회피하지 말고 공수처법 논의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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