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마속의 목을 자르다는 뜻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는 삼국지에서 비롯됐다. 촉나라 재상 제갈량은 228년 군사를 이끌고 북쪽 위나라로 쳐들어갔다. 한중에서 기산에 이른 다음 장안으로 진군하는 전략이었다. 이같은 북벌은 사람을 잘못 써 어이없게 무산되고 말았다. 보급로인 가정이라는 지역이 전력상 요충지로 떠올랐는데 제갈량은 이곳을 마속에게 지키도록 했다. 마속은 제갈량이 모든 일을 상의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조운, 위연 등 내로라 하는 맹장들 사이에서 공훈을 세우고 싶었는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전투에 나서다 대패하고 만다. 곡(哭)이 아니라 소리없이 울음을 참아내는 읍(泣)은 아끼던 부하를 버려야 하는 제갈량의 심정을 대변한다. 1차적으로는 군법을 엄정하게 시행한다는 명분이 필요했다. 또 정치적 명분도 숨어 있다. 당시 촉나라에는 세 개의 큰 파벌이 존재했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형주파, 전임 태수 유장의 세력인 동주파, 그리고 토박이인 익주파 등이다. 이런 내부 갈등을 다스리기 위해서 제갈량은 강력한 법치를 표방했다. 실책을 범한 마속을 구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고육지책(苦肉之策) 역시 삼국지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는 전략이다.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치는, 크게 보면 읍참마속과 의미가 닿아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와 국회, 정당간 협력을 원활히 하고 행정자치, 국민소통, 치안 등을 지원하는 업무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주요 국정을 조율하는 청와대의 그림자다. 옛날 말로 하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인물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롯데홈쇼핑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오늘 검찰에 소환됐다. 여당 광역자치단체장인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얼마 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낙마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구명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말로 `잘 부탁한다`는 한 마디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적폐 청산을 부르짖으며 검찰의 칼솜씨를 기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선 그 칼날을 둔하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읍참과 고육까지 감내한 정부가 우리 사회를 좀 먹는 적폐를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취재2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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