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친안철수계와 비안철수계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둘러싼 끝장토론을 하루 앞둔 20일 양측은 서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기싸움을 벌였다.

친안계로 분류되는 이언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골목 동네 슈퍼가 힘을 합해 대형마트를 이길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통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특히 앞서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가 `골목 슈퍼 둘이 합한다고 해서 대형마트가 되느냐`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또 박 전 대표 등을 향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목적 자체가 달랐을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비안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와 천정배 전 공동대표 등 호남계 의원들은 통합에 대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안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박 전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평화개혁연대 구성에 대해 "안철수 흔들기가 아니라 당 바로 세우기"라며 "당을 흔드는 것은 안대표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천 전 공동대표 역시 "통합이라는 것은 우리 당도 소멸시키고 나라를 위해서도 극히 해로운 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양측의 갈등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촉발됐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이상돈 의원에 대해 몰상식하고 정치적 사이코패스다운 표현을 한다는 당원의 글을 소개하며 "지금은 안철수의 결단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박수를 보내주셔도 모자랄 시국"이라고 강조했다.

비안계인 박주현 최고위원은 "정체성 논란 이전에 리더십의 문제, 신뢰의 문제가 더 본질적인 당의 위기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창당하자마자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공당으로서의 절차보다는 선거를 위해 과정을 희생하는 선거 프로젝트 정당 같았던 과오가 또다시 지방선거를 핑계로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고 안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민의당은 21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통합 등에 대한 논의를 펼칠 계획이다. 이날 의총에서 결론이 나기는 힘들다는 게 당 안팎의 분위기지만 의총을 통해 드러난 의견들이 자칫 양측을 자극할 수 있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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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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