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현충사 안에 있는 일본 특산종 나무 `금송`이 사당 영역에서 기념관과 사무실이 있는 건물 옆으로 옮겨진다.

1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는 지난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금송의 이식을 포함한 현충사 조경 정비 계획을 심의해 가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2월 심은 현충사 금송은 일왕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어서,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과 위업을 선양하기 위해 세워진 현충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화재위원회는 2000년 이후 금송 이전에 관한 안건을 세 차례 심의했으나, 나무의 역사성과 시대성을 이유로 존치를 결정한 바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66년 현충사 성역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심은 나무들이 너무 커져서 사당 건물이 잘 보이지 않고 왜소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6월부터 진행한 세 차례 자문 회의를 거쳐 현충사의 경관을 회복하기 위해 금송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충사는 금송 외에도 큰 나무 13그루를 옮겨 심거나 제거하고, 조릿대와 눈주목 등 관목도 정비할 방침이다.

본격적인 나무 이전 작업은 내년 봄부터 시작해 하반기에 완료할 예정이다. 다만 현충사 현판 교체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은 "1994년부터 제기해온 금송 이전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행돼 다행"이라며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을 사당 밖으로 옮기는 것은 현충사의 친일흔적을 지우고 역사를 바로잡는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계기로 문화재청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를 새긴 현판을 숙종의 글씨로 바꾸고, 친일 화가가 그린 이순신 장군 영정 교체·시멘트로 만든 홍살문 제거 등 후속적인 친일의 그림자를 지우고 우리 전통문화로 현충사가 재단장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를 새긴 현판을 숙종의 글씨로 만든 현판으로 바꿀지 여부는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받아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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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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