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TV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속에 있던 옛 기억들이 하나둘씩 뭉게뭉게 솟아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이 드라마는 예전에 우리들의 이웃사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담아냄으로써 아마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역대 최고의 시청률 기록하기도 했다. 덕선이네, 정환이네, 선우네, 택이네, 동룡이네(응답하라). 왠지 추운 겨울철 따뜻한 군고구마처럼 정겨움이 묻어나오는 이름들이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전통적인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화가 된지도 오래됐다. 이제는 혼밥, 혼술, 혼여, 혼숙 등의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가 않을 만큼 대세가 되었고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1인 가구로 이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 산업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으로 인해 그 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전통적인 공동체는 점점 붕괴돼 가고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교육문제, 가정문제, 아동문제, 자살문제, 노인문제 등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2009년부터 계속 1위(10만 명당 28.7명, OECD 평균 12.1명보다 2.4배 높음)이고 노인자살률은 10만 명당 54.8명에 이르고 있다.

예전에는 마을 단위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해결돼 왔다. 함께 어울려 살면서 어른에 대한 존경, 아이들에 대한 교육, 가족 간에 배려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때로는 형제 자매간에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동생들을 위해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이 다반사였다.

우리들은 같이 먹고 자는 사람들을 식구(食口)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직장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위가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그만큼 같이 식사한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혼밥보다는 함께 모여 식사하는 공동 식탁 모임과 공동체 밥상 활동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전 마을 빅런치 `우리 잘 먹고 잘 살자` 행사를 개최해 청년층 등 혼밥 시대에 이웃과 같이 밥을 먹은 행사를 개최했고 청춘다락에서 `공동체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를 주최해 사례 발표와 정책토론을 통해 공동체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행사도 가졌다.

지난해 12월에 대전시동구로부터 매입, 올해 9월 리모델링을 마친 청춘다락은 청년활동을 자원으로 지역 주민들이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으로, 앞으로 공동체의식 회복과 마을과 주민을 잇는 허브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다.

우리 대전시는 지역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10월 1일자로 지역공동체과를 신설했다. 지금까지 추진해 오던 공동체 시책을 더욱 발전시키고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마을 활동가도 양성시켜 주민자치를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본법과 마을공동체 기본법이 국회 계류 중이다. 법이 시행되면 공동체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아울러 행정안전부에서는 기존 복지서비스 뿐만 아니라 방문보건·간호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마을자치 및 공동체 활성화를 포괄하는 종합적 읍·면·동 기능 개선으로 주민이 주인 되는 건강한 마을을 실현하기 위한 `혁신 읍·면·동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그 동안 우리 시도 마을자치 활성화를 위해 `모이자, 해보자, 가꾸자`라는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을 2013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주민관계망 형성과 주민자치의식을 함양해 신뢰와 배려의 대전공동체를 조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밥, 콩나물, 오이, 계란, 고추장, 쇠고기 등이 각각의 맛이 있으면서도 그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맛있는 비빔밥이 되듯이 우리들도 이웃들과 어우러져 행복한 대전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 신상열 대전시 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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