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칼럼] 허리·어깨 안좋으면 바닥에 앉아서 작업을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김장철로 접어들었다. 김장은 겨울철 주부들에게 있어서는 큰 부담거리이다. 김장 후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인한 후유증은 많은 주부들을 며칠씩 앓아 눕게 만드는 등 여전히 고된 작업임은 틀림없다. 허리를 자주 굽히고, 쪼그리고 앉아 작업하고, 차가운 물에 장시간 손을 담그며 일해야 하는 김장은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가사노동량으로 허리와 무릎은 물론 평소 쓰지 않던 근육 등 전신을 사용하게 돼 신체에 많은 무리를 주게 된다.

씻고, 절이고, 버무리는 과정을 장시간 해야 하는 김장은 평소보다 손과 손목 사용이 많아 손이나 손목이 저리는 경우가 많다. 손목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수근관 증후군`으로, 설거지나 청소 등 반복적인 일을 많이 하는 주부들에게 많이 나타나며 특히 40-60대 가정주부가 전체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질환은 정중신경이 손목관절의 전방에 위치하는 터널모양의 수근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위 구조물에 눌려서 발생한다.

증상은 엄지와 2, 3, 4 수지의 저린감 및 이상감각이 발생하고 손목이나 전완부에 통증이 동반되기도 하며 팔꿈치와 어깨까지 저리기도 한다. 흔히 밤에 잠을 자다가 손가락 끝이 저리고 아파서 잠에서 깨어난다고 호소하며, 질병이 진행한 경우 손끝의 감각 저하 및 엄지와 손목사이의 두툼한 근육이 위축되게 된다. 손목을 두드려서 손가락에 통증 또는 저린감이 발생하거나, 1분 동안 손목을 구부린 상태에서 통증과 이상감각이 나타나면 수근관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손저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손을 사용하는 작업시 자세를 똑바로 하고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김장을 담글 때는 쪼그려 앉거나 양반다리의 자세로 장시간 작업을 하게된다. 이러한 자세는 무릎을 90도 이상 심하게 구부리게 돼 체중의 7-8배 힘이 슬개 대퇴관절에 가해져 무리가 따르게 되며 하중이 계속해서 증가되면 슬개골하 관절에 연골연화증이 오기 쉽다. 이로 인해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발생하게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완전히 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목욕탕 의자처럼 작은 보조기구에 앉아서 작업할 경우 그냥 바닥에 앉는 것보다는 무릎에 덜 무리를 주지만 허리와 어깨에는 오히려 부담을 더 주게 되는데 이는 허리의 정상곡선이 변형돼 배부신근(등쪽근육)의 긴장이 증가하고 복근이 이완되면서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보조의자에 앉아 작업하면 엉덩이의 위치가 높아져 손이 바닥과 멀어지므로 양손을 쓰기 위해서는 허리와 어깨가 많이 앞으로 굽혀지게 된다. 이로 인해 하중의 2-3배 가량이 요추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에 작용해 손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평소 무릎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은 보조의자를 활용하는 게 조금 도움이 되며, 허리와 어깨관절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서 작업하는 게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자세는 양다리의 하중에 실리는 힘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서서 작업하는 것이다.

김장을 담글 때 그 주변은 여러 가지 물건들이 널려 있고 물기가 많아 넘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폐경 여성과 골다공증이 있는 장년의 여성과 노인층은 일어서거나 움직일 때의 균형 감각이 떨어져 가벼운 충격에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뼈가 부러지는 골절의 위험이 있으므로 물기가 있는 미끄러운 곳이나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김장을 담글 때 가장 좋은 자세는 똑바로 서서하는 것이지만, 앉아서 작업을 할 경우 몸에 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등을 벽에 붙여 무릎과 허리에 집중되는 하중을 분산시켜 작업하는 것이 좋다. 허윤무 건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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