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낙마후 권력 진공상태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낙마하면서 대전시정의 권력이 일순간 진공 상태가 됐다. 조만간 다시 채워질 빈 공간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배치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권한대행 3일차인 이재관 대전시행정부시장은 17일 오전 특별직장교육 무대에 올라 "실·국장들을 믿고 업무에 집중해달라"는 메시지를 시청 직원들에게 던졌다. 예정에 없던 이날 교육은 시장 공백이 불러온 혼돈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고 선고 일정이 갑작스레 잡힌 탓에 권 전 시장 낙마의 충격파는 예상보다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서기관은 "마음이 텅 빈 것 같이 공허하다.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얼떨떨하고 혼란스러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권력 소멸이 만들어낸 압력차는 혼돈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혼란을 틈타 새로운 권력의 핵인 이 권한대행에게 다가서는 이들도 있다. 한 고위 공무원은 "평소 이 부시장과 소원해 보이던 한 인사가 갑자기 얼굴 비추는 일이 잦아졌다. 눈도장을 찍겠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행정부시장으로서 주로 조직 관리에만 주력해온 이 권한대행은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전체 시정을 이끌어 가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고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권선택 키즈`로 불리던 일부 인사들이 `믿을맨`을 자처하면서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월로 예정된 인사를 앞두고 어떻게든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시청 내부 권력뿐만 아니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해 벌써부터 차기 시장 후보군들에 줄을 대려는 이들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교육에서 스스로를 "뼛속까지 공무원"이라고 말하며 공직기강을 강조한 이 권한대행이 일부 정치공무원들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볼지 주목된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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