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로 대입시 일정 전반에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천재지변인 지진으로 인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 건 어쩔 수 없는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대학 등 교육당국의 계획과 일정에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능일 연기로 누구보다 당혹스럽고 혼란스런 건 수험생일 것이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오직 수능일 최대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노력이 하루아침에 어긋났으니 허탈감과 피로감은 오죽하겠는가. 일각에선 시험을 강행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험은 공정한 조건에서 치러져야 하는 법이다. 지진의 공포를 생생히 겪은 포항지역 수험생들에게 예정대로 시험을 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일이다.

당국은 연기된 수능이 말썽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험지구별로 보관중인 시험지에 대한 보안이 중요하다. 일정대로 시험을 본다고 해도 문제지 유출이나 도난 우려는 있기 마련이다. 일주일 늦췄으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물론 교육당국과 경찰이 문제지 보관 장소에 대해 24시간 경비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문제지 출제위원과 인쇄소 등에 대한 보안도 거듭 점검할 필요가 있다. 상상해서도 안 되지만 만의 하나 잘못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수험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등 대학입시 일정도 일제히 수능에 맞춰 일주일 연기토록 했다. 당장 어제로 예정됐던 수시합격자 발표는 물론 향후 논술과 면접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대학들로선 황당하고 짜증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다 해도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공정한 입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능일 연기로 인해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대학들이 학생 모집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수험생들도 충격에 빠져있지 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남은 일주일을 잘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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