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

왜 많은 생물들은 생명의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는가. 저자는 기발하고 세밀한 관찰력과 정확한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파헤친다. 그는 대자연에서 느끼는 경이로운 광경에 감탄하며 끊임없이 질문한다.

예를 들면 `텍사스나 멕시코에서 시작해 5000㎞에 이르는 장거리 비행을 마친 두루미는, 대체 어떻게 끝없이 펼쳐진 알래스카의 침엽수림 전역에 산재한 수천 곳의 얼음언덕 가운데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들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그리고는 어떤 사고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관찰하고 탐구한다. 캐나다두루미 밀리와 로이가 광활한 비행 끝에 귀향하는 과정을 행동 하나하나 주의 깊게 지켜보며, 새들의 감정 변화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지구 전체를 무대로 삼아 태양, 별, 파도, 자기, 바람 등 자연의 신호를 읽어내는 동물들의 귀향방법을 구체적인 연구 결과와 사례를 동반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가 하면, 집에 찾아와 일 년을 함께한 거미 샬롯이 먹이를 잡아먹는 과정을 치밀하면서도 생생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는 작은 애벌레의 미세한 꿈틀거림도, 놀라운 건축기술을 보여주는 새들의 각양각색 집짓기도 어느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 저자가 어떤 특정 현상을 두고 의문을 가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비하고 놀랍다.

동물들의 행동 연구로 유명한 과학자답게 단순 관찰에 그치는 것이 아닌, 늘 가정과 예측을 하고, 실험에 변수를 주며 결과를 꼼꼼히 비교 검토한다. 저자의 이러한 탐구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생물학의 색다른 묘미에 흠뻑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집(home)`에 대해 그리고 생의 어느 순간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귀소본능`에 대해 자연주의자로서의 철학, 생물학자로서의 통찰을 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뒤영벌 연구와 큰까마귀의 사회행동 연구를 통해 곤충생리학과 동물행동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물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첫 책인 `뒤영벌의 경제학`으로 미국도서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이후, 수십 권의 자연과학책을 펴냈다. 자연사 부문 저술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인 존 버로스 상, L.L. 윈십 도서상, 미국 펜(PEN)클럽 논픽션 상을 수상했다. 이호창 기자

베른트 하인리히 글·그림/ 이경아 옮김/ 더숲/ 4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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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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