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낯섦

내 마음의 낯섦
내 마음의 낯섦
그는 평생 동안 그 순간을, 그 낯선 감정을 자주 떠올릴 것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내 마음의 낯섦`이 출간됐다. "나는 나 자신을 설명할 때 이스탄불을, 이스탄불을 설명할 때 나 자신을 설명한다"고 밝히며 이스탄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힌 바 있던 오르한 파묵은 이번 책에서 문화적으로 복잡한 이스탄불의 40년 현대사를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 이후에 인생의 역작을 저술하는 희귀한 작가가 되었다는 평을 들은 오르한 파묵은 신작에서 이스탄불 거리를 누비며 `보자`라는 터키의 전통 음료를 파는 한 소년 메블루트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보오오오자"를 외치며 빈민가, 역사 깊은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는 메블루트를 만나 보자. 현대 이스탄불의 정치와 사회,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소시민들의 삶이 생생하게, 또 다채롭게 펼쳐 내보인다.

1950년대. 돈을 벌기 위해 이스탄불로 수많은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들은 불법으로 변두리의 토지를 점거하고 집을 짓는다. 정부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에서 싼값에 일할 노동자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숙식을 위해 공터를 공짜로 차지해도 모른 척한다. 중부 아나톨리아의 가난한 마을에 살고 있는 메블루트의 아버지도 그 중 하나였다. 1969년. 열두 살이 된 메블루트는 아버지를 따라 이스탄불로 온다. 학교를 다니면서 아버지와 함께 열심히 요구르트를 팔지만 형편은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정직한 메블루트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뿐이다. 터키는 그 사이에도 정치, 종교 갈등 속에서 여러 부침을 겪는다.

이 책은 이스탄불의 변화상과 메블루트라는 보자 장수의 일생을 담아낸 따뜻한 장편소설이다. 이민자 가족의 내러티브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소설에서 이스탄불의 다양한 사람들, 정치적인 재앙과 패배의 산증인들, 그리고 평생 메블루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어떤 낯섦이 정교하고 방대하게 이어진다. 강은선 기자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번역/ 민음사/ 6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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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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