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미술테마파크 '라뜰리에' 오픈

서울 라뜰리에 내부에 위치한 `파리 마들렌꽃시장`에 꽃가게 점원이 꽃들을 정돈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서울 라뜰리에 내부에 위치한 `파리 마들렌꽃시장`에 꽃가게 점원이 꽃들을 정돈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술꾼은 왜 이야기꾼이 됐나. 대전의 향토기업인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O2린 소주와 홈 믹싱주 맥키스를 생산하는 지역 주류기업인 맥키스컴퍼니(옛 선양)가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어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를 만들었다. 이미 계족산 황톳길 조성과 맥키스오페라로 유명세를 탄 조 회장은 벤처기업가 출신답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IT(정보통신기술)와 19세기 인상파 명화를 섞어낸 라뜰리에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초대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에서 만난 조웅래 회장은 명화 속 한 인물과 같았다.

어두운 밤, 천장의 조명은 파랗게 빛나고 테라스에 드리워진 천막은 노란 빛이 가득했다.

고흐의 거친 붓질이 느껴지는 건물과 탁자는 그림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았다.

캔버스와 창문으로 꾸며진 디스플레이 화면 속에는 고흐가 그린 작품의 주인공들이 미소를 띠며 반겼고, 말을 걸자 이내 화답하며 매끄러운 대화를 나눴다.

소인국의 홀로그램 속 고흐는 손바닥보다 작은 캔버스에 자신의 영감을 쏟아내고 있었고, 명화 속 거리는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림과 똑같았다.

중국의 사상가인 장자(莊子)가 나비가 돼 꽃밭을 날았던 꿈을 꾸며 내가 나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호접지몽`을 느꼈던 것처럼 내가 그림 속에 들어간 것인지 그림이 나인지 착각할 정도였다.

사람과 기술, 명화가 하나로 섞이는 순간이다.

그림 속에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을 만났다.

조 회장은 "상상으로만 하던 공간을 라뜰리에라는 현실로 만들기까지 7년이 걸렸다"며 "그림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 IT라는 첨단기술과 만나며 재미난 일들이 벌어졌다"고 이곳을 소개했다.

생각은 쉬웠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기술은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고, 설사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대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가 뒤따라왔다.

조 회장은 한차례 실패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1994년, 당시 조 회장은 성도전자통신을 운영하며 자동응답기 서비스가 인기를 몰던 것을 착안해 응답기 핵심부품인 처리보드 국산화에 성공했다.

시장은 들끓었고, 이제 납품만 하면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시장을 엿보던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에서 부품을 받아 유통을 시작하며 사세는 기울어버리고 말았다.

조 회장은 "그 당시 일을 계기로 돈 많은 기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고, 라뜰리에도 시간과 정성을 쏟으며 준비했다"며 "이미 계족산 14.5㎞에 달하는 길에 황톳길을 조성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문화콘텐츠 사업 진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흙도 콘텐츠다. 흙을 깔고 산에서 음악회를 여니 관광명소가 됐다"며 "산에서 맨발로 황토를 밟는다는 생소한 개념이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자연과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조 회장이 쏟은 정성은 라뜰리에 곳곳에 묻어나있다.

빗자루, 의자, 꽃바구니 하나하나 세심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인상파 화가들과 그들이 그려낸 그림 속 인물 300명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인물들이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도 첨단기술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에 자주 등장하는 마을 우체부 조셉 룰랭도 그중 한명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서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옮겨진 조셉 룰랭은 기자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사람들, 고흐와 있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기술과 `소통`하며 머릿속에 구름처럼 떠돌던 4차 산업혁명이 손에 잡히는 기분이었다.

조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별 것 있는가?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IT를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개발된 기술을 생활에 녹여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며 여기에는 소통이 가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5425로 사람과 사람을 음악으로 이었고, 소주로 사람과 사람을 이었다.

황톳길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들을 벌인 조 회장은 이번 시도를 두고 그림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라고 평했다.

음악과 술, 자연 그리고 그림을 사람과 잇는 일.

맥키스컴퍼니라는 회사의 이름에 `맥`이라는 단어가 이을 맥(脈)으로 쓸 정도니 `이어주는 일`에 대한 조 회장의 철학이 소주와 그림, 황토를 엮어냈다.

조 회장은 라뜰리에를 통해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공간을 현실로 구현해냈으니 다음 과제는 이 공간을 다른 곳으로 전파하는 일이 남았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문화를 늘 수입하는 입장이었다. 뮤지컬, 팝송, 영화 등 수많은 문화들을 수입하던 나라가 이제는 수출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장소를 구현해 낸 것에 성공했으니 이 공간을 모듈화해 중국 등 해외로 수출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오감으로 즐기는 미술 신세계

라뜰리에는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한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이 그려낸 명화를 현실로 옮겨내 관람객들이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자리한 라뜰리에는 예술과 IT를 결합해 관람객들이 19세기 프랑스 인상파화가가 그려낸 작품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그린 작품속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라뜰리에 미술관, 프랑스 몽마르뜨 거리, 테르트르 광장, 마들렌 꽃시장, 라마르틴광장, 포름광장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속 화풍까지 재현한 공간은 현실과 그림을 착각하게 만들정도로 정교하게 꾸몄다.

관람객들은 3D 영상, 홀로그램, 360도 영상, 인터렉티브 대화시스템, RFID(무선식별기기) 목걸이를 통해 그림 속을 거닐며 당시 인물들과 다양한 이야기와 체험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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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작업실 그림 속에 들어간 조웅래 회장이 고흐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재훈 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작업실 그림 속에 들어간 조웅래 회장이 고흐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재훈 기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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