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드너입니다

꽃과 식물, 흙, 물, 돌이 모여 정원이 된다.

정원은 삭막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휴식이라는 방점을 찍게 해준다.

이 모든 일의 가운데 정원사가 있다.

정원사의 눈으로 바라본 정원을 그린 `나는 가드너입니다`가 출간됐다.

책은 에버랜드 정원사로 일하는 박원순 씨가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롱우드가든에서 겪은 원예술(園藝術)과 아름다운 정원의 사진과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롱우드가든 중 빅토리아 수련으로 이뤄진 `물의 정원`과 단순하고 고요한 `고사리정원`, 이색적인 색채의 `지중해정원` 등 10개의 정원을 소개하며 그 속에서 일하는 정원사의 일상을 체험적으로 기술했다.

정원을 다루는 책답게 내지는 은은한 녹색으로 가득 차 있고 다양한 꽃과 나무, 나뭇잎 삽화가 아로새겨져 있다.

박원순 씨는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직원으로 근무하며 정원사의 꿈을 키웠다.

일반인에 개방되지 않은 가톨릭대 성신교정은 수녀들의 손을 통해 금낭화, 천인국, 구절초가 해마다 피어났고 연못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어우러져 비경을 자랑했다.

그는 이 곳을 거닐며 정원을 탐닉했고 꽃과 나무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자 정원사로의 삶을 택한다.

국내 모든 식물원들을 조사하며 우여곡절 끝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행을 택했고, 여미지식물원에서 본격적으로 정원사의 길을 걷는다.

이곳에서 일하면서도 그의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보다 체계적인 원예 수업을 받고자 가족을 뒤로하고 롱우드가든으로 가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로 몸을 싣는다.

듀퐁 사와 제너럴모터스 사의 회장인 듀퐁이 1906년 설립한 롱우드가든은 1957년부터 국제 정원사 양성과정, 프로페셔널 가드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 세계 38개국 15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저자가 이수한 국제 정원사 양성과정과 롱우드 대학원 과정을 이수한 사람은 각각 200명으로 각국의 주요 정원에서 디렉터와 큐레이터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 씨 또한 한국으로 귀국한 후 에버랜드 가드너(gardener)가 돼 사계절 꽃 축제를 기획, 디자인하며 에버랜드 곳곳에 조성된 정원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저자는 "푸른 숲에 가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고, 꽃을 보연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지요. 베란다 창가나 사무실 책상 위에 어떤 식물이라도 키우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가드너입니다"라고 기술했다. 정재훈 기자

박원순 지음/민음사/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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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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