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미옥
미옥
영화 `미옥`은 국내 느와르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다.

조직의 언더보스인 여성과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을 첨예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느와르라는 장르적 특징을 그대로 살림과 동시에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시킨 도전적인 작품이다.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와 그녀를 위해 칼을 든 조직의 해결사,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비리 검사까지, 서로 다른 욕망을 좇는 세 사람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그린 `미옥`이 그 주인공. 여기에 `나현정`을 향한 `임상훈`의 복잡한 감정과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그녀에게 복수를 꾀하는 `최대식`의 폭주는 러닝타임 내내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짜릿한 긴장을 선사하고, 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비롯된 드라마는 감성을 자극시킨다.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은퇴를 준비한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았던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한편, 법조계 라이징 스타 최대식(이희준)은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붙잡은 나현정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되고, 임상훈을 이용해 악에 찬 복수를 준비한다. 걷잡을 수 없는 세 사람의 욕망은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는데….

여배우 주연작의 흥행파워를 입증한 김혜수는 범죄조직 `재철그룹`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냉철한 언더보스 나현정 역으로 분해 다시 한번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내 배우 가운데에서도 독보적 카리스마를 내보이는 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액션 연기도 선보인다. 음지의 범죄조직에서 살아남은 캐릭터의 생생함을 보이면서 김혜수만의 매력을 십분 내보였다.

이선균 역시 야수 본능으로 가득 찬 거친 매력을 선보임과 동시에 그 이면에 결핍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해 탄탄한 연기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야기의 개연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극의 흐름을 놓치고 만다. 지나치게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도 영화의 맥을 끊어버리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캐릭터들의 쌩뚱맞은 변화도 영화의 힘을 떨어뜨린다. 극의 흐름에 따라 캐릭터에 변화를 준 것처럼 일관성 없는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영화는 결국 미옥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김혜수만 남게 된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느와르 영화라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여러 영화를 복합적으로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만 남게 된다. 결말로 치달을수록 신선함을 주거나 여운을 남기지도 못한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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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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