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오래된 의제인 `친일문학상 수상 거부` 논란이 대전지역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촉발은 최근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가 `친일문학상 거부` 성명서를 발표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다.

대전작가회의는 `친일문학상을 거부한다`는 성명서에서 "해방 7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친일 문학에 대해 논하는 것이 문학계의 현실"이라며 "몇몇 선배 문인들이 걸었던 발자취가 문인들의 발목을 잡는다.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금동 김동인, 미당 서정주가 걸었던 길은 후배 문인들이 백 번 천 번 양보를 한다고 해도 부끄럽다"고 밝혔다.

대전작가회의는 그러면서 "일제 강점기에 김동인 소설가가 어떤 글을 쓰고, 서정주 시인이 어떤 시를 썼는지 널리 알리지는 못할망정 이런 문인들을 기리는 상의 수상자가 돼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제부터라도 이 상을 받지도 심사도 하지 말자고 우리 스스로 의지를 보이자"고 문학계의 각성을 촉구했다.

지역 문학계에서는 대전작가회의의 이 같은 주장에 대체로 동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한 중견작가는 "작가가 시대정신을 대변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이 있음에도 해당 문학상이 주는 여러 메리트에 쉽사리 거부할 수 없었던 점이 분명 있었다"면서 "이제라도 문인들이 역사의식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시인도 "친일문학상을 강제로 받지 말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작가들 스스로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전작가회의는 오는 25일 대구에서 열리는 한국작가회의 전국대회 때 친일문학상 거부와 관련한 내용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또 대전작가회의에서 발간하는 반년간지 `작가마당`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도 친일문학상의 실태와 거부 당위성 등에 대해 적극 알릴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송경동 시인이 미당문학상 후보를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하는 등 친일문학상 거부는 한국문단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팔봉비평문학상, 동인문학상, 노천명문학상, 모윤숙문학상, 미당문학상, 동랑희곡상은 친일 경력을 가진 문인을 기념하는 문학상으로 거론된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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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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