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개인전· 박해빈 개인전

흔적 지우기1704 31.5 x 22cm 종이 위에 수성페인트,바니쉬 2017
흔적 지우기1704 31.5 x 22cm 종이 위에 수성페인트,바니쉬 2017
△이만우 개인전=16일부터 22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

논바닥을 소재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작가 이만우가 개인전을 연다. 이만우의 농지화(農地畵)는 색과 붓의 유기적인 관계, 즉 색이 홀로 존재할 수 없듯이 붓은 색의 형태를 가시화하고 다시금 색은 세필의 존재를 드러내는 색과 붓의 불가분의 관계를 논바닥으로 제시했다. 우리가 보는 것은 논바닥이 아니라 당신이 보는 것은 회화라고 일깨운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20점의 작품을 내보인다. 이만우가 논바닥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건 `회화의 과제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부터다. 그는 손모내기(세필)와 이양기(로울러)로 모내기 하듯 그려지는 캔버스의 평면성(논바닥)에 존재방식을 가중시키고자 로울러와 수성페인트로 그려진 `흔적지우기` 시리즈 작업으로 일관했다. 모내기하는 농부의 손모는 세필 붓의 존재로서 펼쳐진 들판이지만 이양기로 대치된 로울러는, 드러누운 화판(캔버스)에 흔적을 지우고 평면성을 유지하기에 적합하다.

이만우는 "페인트 도색과 벽화제작을 부업으로 삼는 나에겐, 도심 골목 한 구석 마을 구석구석의 담벼락들이 마치 세워진 캔버스 화면처럼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벽면에 필요한 색상의 로울러질을 가하면 하단부의 정리되지 않은 무성한 잡초들이 로울러를 타고 올라와 색상과 뒤섞이며 잡초 자국을 남기고 이외의 공간을 지워나가며 나타나는 다양한 상태의 재질들을 탐닉해간다. 이러한 행위의 반복에서 마을 구석구석의 벽들이 다양한 규격의 캔버스로서 대치됐고, 기존의 벽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잡초를 캔버스에 얹고 페인트를 묻힌 로울러로 문지르면 드러나는 잡초의 여러 형상들은 지워진 바닥면(캔버스)의 레이어(Layer)에 흔적을 남긴다. 이만우에게 `흔적지우기`는 캔버스에 덧칠 되어진 레이어를 지워가는 과정으로서 드러나는 이미지들인 것이다. 이만우는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전공 및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해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열고 있다.

△박해빈 개인전=12월 23일까지 충북 청주 우민아트센터.

`2017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의 여덟 번째 전시로 박해빈 작가의 `A WALK IN THE BLACK 전(展)`을 연다.

박해빈 작가는 일상적 경험에서 느끼는 찰나의 순간들을 시각화하여 `잠재 의식 속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둠(Black)`과 `빛(Light)`와의 상반된 성질의 중첩을 통해 보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표현한 작업을 선보인다.

박해빈은 관람자들이 익숙하게 그림을 바라보는 것에 가끔 농담 같은 장난을 치며 슬쩍 화면을 비틀어 놓는 걸 좋아한다. 그림에 농담을 던지듯 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그림으로 매번 쉽게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장치다. 일종의 문턱이다. 그리고 그 문턱을 지나면 박해빈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보이는 것만으로 알 수 없는, 익숙함 때문에 지나쳤던, 내 안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세계에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작업은 이러한 관심들이 일상적 경험 속에 함께 스며들며 시간이 지나면서 순간순간 발화하는데 이때 그 찰나의 느낌들을 시각화합니다."

박해빈은 자신의 작업에 잡다한 수사들을 끌어다가 미학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박해빈의 독특한 시각적 인식은 데카르트가 공기나 그와 비슷한 투명한 물체라고 지칭했던 것 중 유동하는 물, 두텁게 안개 낀 대기, 바람 불어 산란하는 구름 등 변조된 투명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단단하고 매끈한 유리나 크리스털을 매개한 시각은 지적 명징함을 선사하지만, 투명하지만 검푸른 깊이를 만들어내는 물의 렌즈, 일렁이며 유동하는 거대한 바닷물, 두텁게 안개 낀 대기는 맑고 투명한 시각적 인식을 마비시키는 대신, 모호하고 어스름한 유기적 감성을 일깨운다. 투명한 대기를 관통한 태양빛이 명료한 지적 사유로 이어진다면, 분명히 존재하지만 순간적으로 깊어지고 일시적으로 멀어지기도 하는 시각적 체험은 지적 사유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해빈 개인전
박해빈 개인전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