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어제 오후 리히터 규모 5가 넘는 지진이 발생해 건물 일부가 붕괴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포항 한동대에선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학생들이 긴급 대피했고, 학교 운동장이 갈라지는 사태도 일어났다. 대전과 충남은 물론 서울 중심가에서도 책상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감지됐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서 가장 강력했던 리히터 5.8 규모의 경북 경주 지진에 이어 불과 14개월 만에 강진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얕은 땅에서 발생하면서 국민들에게 전해진 체감 공포는 훨씬 컸다. 여진이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까지 나왔다. 한반도가 안전 지대가 아닌 것으로 거듭 확인된 지진 대비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사태가 엄중하자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던 문재인 대통령은 전용기인 공군 1호기 안에서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다. 청와대에 도착해선 즉시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해 포항지진 상황 점검을 벌였다. 국민 불안이 이만 저만이 아닌 만큼 철저한 피해 상항 파악과 현장 점검으로 현지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공포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바란다. 특히 재난안전 관련 부처는 지진방재 종합대책과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데 손을 잡아야 한다. 국민들도 지진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현실을 감안해 안전 수칙을 숙지할 필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진 경보 및 대피체계 개선 등은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지진 대비책 중 하나인 시설물 내진 보강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예산이 적잖이 소요되는 데다 시공에 시간이 걸려 공공건축물이나 교량 같은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지난해 기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진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선 지진 전문 국책연구기관 설립도 절실하다. 지진은 단 한번 발생으로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긴다. 사전 예측기술 연구와 지진 관측망 확대 등을 미뤄선 안되는 이유다.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지진 대응체계 구축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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