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고산지대 속에 숨어 있는 은둔의 왕국 부탄은 대한민국 면적의 3분의 1, 인구 75만 명인 소국이요, 세계적인 빈곤국이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밖에 되지 않는 나라임에도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나라에서 대학과 유학까지 보내준다. 병원비도 무료다. 노숙자도 없다. 1972년, 17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4대 국왕이 발안한 GNH(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개념에 의거해 무상의료제도가 시작된 덕분이다.

"한 사람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므로 국민들이 자신의 힘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며 군주제를 폐지하고 민주적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국왕은 "나는 국민소득이 아닌 국민의 행복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하고 34년 동안 오로지 국민의 행복을 위한 방향으로 국가를 다스렸다. 그 결과 부탄은 유럽신경제재단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당당히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51세에 자진하야했고,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5대 왕 역시 부탄 벽촌을 돌며 국민을 보살필 정도로 헌신적이라 국민들은 이러한 깨끗한 지도층에 대한 존경심과 절대적 신망을 갖고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는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신자로, 부처님의 말씀 따라 욕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첫눈을 맞으며 행복을 만끽하라고 첫눈 오는 날을 휴일로 지정해주고, 일이 아닌 가족이 먼저인 사회이기에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출근을 안 해도 되는 나라 부탄은 부처님 말씀 그대로 여여(如如)하기에 행복한 나라인 것 같다.

이 작은 나라 국왕이 GNH 정책을 펼 1970년대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255달러로 부탄(212달러)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원조 받은 달러로 극렬히 산업화를 추진하는 동안 부탄은 원조 받은 달러의 대부분을 국민복지에 할당했다. 세계 최초 100% 유기농 국가, 수력발전으로 일으킨 전기를 수출하고, 관광객들로부터 관광세를 받지만 입국 숫자를 제한하고, 공해를 막고자 중고차를 판매하지 않으며, 전 국토에서 금연을 실시하는 등 국민건강을 위한 행정을 펼치며 천천히 성장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었다. 반면 우리는 지금 GDP 2만9115달러로 세계 12위의 국가이지만, 청년들이 `헬조선` `탈조선`을 외치는 행복지수 세계 102위의 나라가 되어 있다.

이에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고 대통령은 `부탄형 국민행복지수`를 한국식으로 개발해 연내 도입을 지시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 `삶의 질`에 두겠다는 조치라고 여겨진다. 최근 "산타클로스처럼 복지 정책을 선심 쓰듯 던지냐?"는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대통령에게 기대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행여 나 혼자만일까.

필자가 승려가 된 이유는 인간의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이 무엇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지만, 부처님의 진리를 배워 깨달아 갈수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행복을 느껴 이 충만한 기쁨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진정한 즐거움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사람이 음식을 먹어야 육신의 건강을 유지하게 되듯이 불교에서는 진리의 법식을 먹으면 마음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우니 몸이 건강해 진다고 했다. 즉, 마음의 양식인 부처님의 `법식`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지혜를 밝히기 위해서 법을 지키고, 법을 지키기 위해서 법문을 공부하거나 법설을 많이 듣는 것이 즉 법식을 먹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부처님의 법식, 부처님의 법으로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도량으로 이끌어 가고자 선을 세우고 즐겁고 행복한 `라온도량(라온은 `즐거운`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이다)`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행복도시 대전` 시민들의 화합과 지혜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대전 시민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부처님의 법력을 넓게 전달하며 부처님의 가피가 온 대전에 내리도록 힘껏 노력할 것이다. `라온`의 도시 대전에서 더 많은 힐링을 위하여,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더 많은 시민들이 즐겁게 살고 싶어지게. 무원스님 천태종 대전 광수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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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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