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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미 다가와 있는 위험사회에 대비하자

2017-11-13기사 편집 2017-11-13 19: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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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내와 함께 모처럼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남한산성 성곽 산책을 다녀왔다.

서산에서 지방근무를 하고 있기도 하고 둘째 딸이 고3 수험생이라는 핑계로 요즘 이렇다 할 주말 나들이가 없었던 터에, 마침 대학 수시를 치르는 딸아이를 바래다주고 지나치는 길에 이른 단풍 구경도 하고 높은 곳에서 합격도 기원해보자는 의미로 갑작스럽게 제안된 산행이었다.

30년 남짓 인근에 살고 있어서 별 부담도 없고 낯설지도 않은 곳이었지만 이 번 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작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영화로 개봉된 영향 때문인지 유난히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탐방객들이 많았다. 380여 년 전 이곳에서의 역사적 사실과 영화내용을 비교하며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지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열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금의 답답한 국제정세 속에서 반면교사로 삼고자하는 성숙된 국민들의 역사의식에 공감하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 역시 무리에 섞여서 같은 생각에 젖어 한나절을 보냈다.

이날은 유난히 하늘이 높고 시계가 맑아서 수어장대에 가까운 성곽을 거닐며 서울 시내를 무심코 바라다보고 있던 중에 우연히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는 몇 개의 건물과 장소가 마치 의도된 것처럼 좁은 각도 안에 도열된 모습의 기가 막힌 뷰포인트를 우연히 발견하고, 순간 복잡한 생각과 전율에 휩싸여서 한동안 시야를 고정한 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었다.

바로 그 모습은 남한산성 기점으로 인조가 청나라 군대에 굴욕의 항복을 했던 삼전도비가 있는 송파구 일대, 그 세월이 흘러간 그 지역에 세워진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의 보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롯데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 애국가에 등장하는 수도 서울의 심장에 위치한 남산과 타워였다.

그 뒤에 숱한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는 경복궁과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미묘한 국제적 기류와 북한 핵 위협에 따른 안보의 문제에 고민하는 인왕산 자락 아래 청와대의 모습으로 시각적으로 중첩된 이미지와 각각의 맞물린 상황이 미묘한 느낌으로 연계되어 다가왔다. 좋지 않은 기억의 과거와 현재는 분명히 달라야 되겠지만 '평행이론' 처럼 다른 시대를 살면서 어쩌면 과거와 유사한 패턴이 동일 공간에서 반복된다는 느낌이 불쾌함으로 다가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사이 유난히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우뚝 서있는 최고의 건축·토목기술이 집약된 국내 최고 555m 높이를 자랑하는 롯데월드타워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안전인의 한 사람인지라 그동안 공사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어 왔던 균열, 싱크홀, 지하수위 저하, 지반침하 의혹, 공사기간 중 발생한 7명의 사망재해 등 안전과 관련되었던 수많은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기억으로 되살아났는데, 일부 의혹이 해소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불안한 그늘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배경으로 쓴 '위험사회'의 저자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짧은 시간에 압축 성장을 경험한 '한국은 아주 특별한 위험사회'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그는 이미 3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해 지금 당장 북한 핵으로 인한 큰 재앙이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그간 위험을 극대화하고 드라마틱하게 국제적으로 이용하는 북한의 위협에 너무 장기간 노출돼 있어 한국 사람들이 위험의 정도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실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져올 파장을 경고한 바 있다.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분명한 것은 산업화·과학기술 발달·세계화로 인해 과거에는 일어날 가능성이 없었던 위험들이 새롭게 발생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최근 의정부 타워크레인 붕괴, STX해양조선 폭발사고 등 과거와 동일한 유형의 산업재해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안전과 관련된 안타까운 결과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하고 새로운 문명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성숙되어야 한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좋게,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 새로움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성찰해서 이미 다가와 있는 '위험사회'에 대비하는 길만이 미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김영환 대한산업안전협회 충남서부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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