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관심이 높은 시험이다. 이번 수능에는 전국에서 59만 명이 같은 시간에 시험을 본다. 공무원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추고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운항이 전면 통제된다. 그 밖에도 수험생들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수능을 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토록 수능에 온 나라가 매달리는 까닭은 수능이 초·중·고 12년을 결산하는 대학입시에 매우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단 한 번 필기시험으로 등급이 매겨지기에 수험생들은 마치 12년을 이날을 위해 살아 온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얼마나 부담이 큰 지 해마다 수능 앞뒤로 수험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는 제발 그런 소식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제나 대학입시 제도는 논쟁의 대상이다. 어떤 이는 수능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해 자격시험 정도로 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이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능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가 가려는 방향은 전자 쪽에 가까워 보인다. 필자의 입장도 전자 쪽에 가깝다. 후자의 주장은 현재의 수시 전형은 믿을 수 없는 깜깜이·불공정 전형이며, 사교육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땅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이야기다. 그런 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히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수능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해결 방안이 아니다. 수능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미래사회에 맞지 않는다. 수능의 공정성은 원숭이와 물고기와 코끼리에게 나무를 오르라는 똑같은 조건을 주는 것과 같다. 수능의 비중을 절대화하면 그나마 다양화·특성화를 모색하고 있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시 기계적 암기와 획일적 문제풀이로 되돌리게 된다. 변별력 때문에 수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사교육은 수능에 맞춰 변신할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시제도다. 그러나 입시제도만을 보아서는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다. 경쟁을 완화시키지 않는 한 입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한다 해도 학생들의 고통을 크게 줄여주지 못한다. 학벌과 학연을 중시하는 사회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오래 되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해결점은 직업별 임금 격차와 삶의 질 차이를 줄이는데 있다. 학벌과 학연에 상관없이 누구나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지긋지긋한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은 최선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근래에 들어 우리 교육은 전에 없던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무상급식을 화두로 보편적 복지 공론화를 이끌어 냈다. 혁신교육으로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고 개인적 지식보다 집단적 역량을 중시하는 미래 지향적 가치를 제기하였다. 최근에는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육의 변화가 사회 변화를 앞에서 이끌고 있다. 어느 때보다 희망이 커지고 있다.

당장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에게는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따뜻한 응원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대박은 누군가는 쪽박일 수밖에 없는 대학입시가 아니다. 수능 등급과 상관없이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에 상관없이 마음 편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수능을 넘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이다.

지금 인생의 한 고비를 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최선을 다하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담대히 자기 길을 찾아 나아가며, 청춘의 당당함으로 행복한 인생을 개척하기 바란다. 덧붙여 수험생을 포함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고비를 함께 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더불어 잘 사는 `미래 대박!`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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