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지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사업팀 PD
정예지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사업팀 PD
나를 위한 배려와 타인을 위한 배려의 기준선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얼마큼의 노력으로 얼마큼의 내공이 쌓여야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또 같은 맥락에서 어떤 방식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동일한 크기의 배려인지 결정하는 일도 늘 어렵다. 한 사람을 위한 배려가 다른 누군가에겐 차별이라고 느낄 일이 될 때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때론 특혜로 변질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상황에서는 첫 번째의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일을 할 때는 두 번째의 고민을 하는 상황이 더 많이 발생한다. 비단 관객을 응대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어떠한 공연을 만들지 선택하고, 만들고, 티켓을 판매하고, 진행하는 모든 경우에서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된다.

매년 아이템을 선정하고 공연을 만들 때마다 아이템 자체의 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공연장 컨디션에 적합한지,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만족스런 공연이 될지를 동시에 고민한다. 그러한 고민 속에는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를 동일하게 배려할 수 있는지, 특정인이 아닌 모든 관객을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연간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도 늘 함께 포함된다.

티켓을 판매하고 공연을 진행할 때는 더 많은 고민의 상황과 마주친다. 그 중에서도 입장연령, 할인증빙, 중간입장, 사진촬영관련 상황은 매 공연마다 빠지지 않고 하나씩 등장한다. `우리 아이는 키가 커서`, `어리지만 공연을 자주 봐서 얌전히 잘 보니까`, `신분증을 놓고 왔는데`, `차가 막혀서`, `처음 와서 객석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한 번의 배려를 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넘어갈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런 상황에서 인정으로 일을 처리해도 되는 것인지, 기준에 맞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인지 고민되는 순간들이 많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고 실행하는 것이 그 순간에는 매몰차게 보일지라도 결국 더 나은 행동이며 앞으로도 동일하게 원칙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결코 기준이 될 수 없다.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배려가 아닌 늘 동일한 크기의 배려를 유지하는 것, 정확한 기준으로 확고한 원칙을 세워 일관성 있는 배려의 중요성을 지켜나갈 때 차별도 특혜도 없는 공평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정예지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사업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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