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방한 소식이 지난 한 주의 가장 큰 이슈였다. 강하고 독선적인 이미지에서 조금은 우리나라를 동맹으로 느끼게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그러나 세계의 가장 강한 나라의 이 지도자도 다시 미국으로 가게 되면 미국 국내 문제로 골치가 많이 아플 것 같다. 여러 가지 중 오바마케어를 폐지한 이후의 혼란도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의료소외층의 의료복지 확대를 골자로 한 오바마케어가 의료비 국가 부담의 증가로 멈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준비 기간이 오래되었던 오바마케어도 10년이 못가는 것을 보면 지금의 우리 의료계의 모습과 중첩된다.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도 새로운 문재인케어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복지정책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장-고용-복지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골든 트라이앵글` 모델을 제시하며 치매국가책임제와 함께 보건의료정책 핵심의 하나로 강조되었다. 국민들도 건강보장성 확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물론이고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하여 중요한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

제도 추진과 함께 불거진 재정 확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수없이 거론됐지만, 주무부처는 재정누수 방지와 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를 해결해가면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과연 이러한 부족한 준비와 철저한 검토 없이 현재 의료복지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큰 걱정이 생긴다. 재정문제뿐 아니라 이 제도를 준비 없이 시행할 때 생기는 의료 수요의 엄청난 확대와 현재도 적정수가 없이 힘들게 버티고 있는 중소병원들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고 과연 장기적으로 시행 및 유지가 가능한 제도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너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누적적립금이 2026년에 고갈될 경우, 누적적립금 흑자를 유지하려면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율은 2018년 6.24%, 2025년 7.78%에서 2026년 8.16%, 2027년 8.47%로 높아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의료 이용 증가, 노인 인구증가 등의 인구학적 요인,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 등 의료비가 상승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효과적인 의료비 관리 대책과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케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의료행위에 대한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다른 국가보다 적은 비용의 의료 인력으로 훨씬 더 많은 병상을 유지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입원 수보다 두 배 이상의 입원치료를 하고 있을 정도로 국민은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서 높은 의료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지속가능 하려면 진찰료 등 원가 이하로 책정된 의료보험 수가부터 최우선적으로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국고 지원율은 국내총생산(GDP)의 4%다. 즉 OECD 평균 6.6%에 못 미치며, OECD 35개 국가 중 멕시코와 라트비아 다음으로 적다고 한다. 국가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이고 현재 의료체계의 비정상도 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의 의료시스템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은 정부 국고지원과 직장가입자 보험료율, 의사의 희생이 있었던 구조이다. `적정비용 고효율`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지금의 문케어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첫째, 제도를 뒷받침할 추가적 정부 재원이다. 파격적인 보험 급여 확대는 의료 이용량 증가로 이어져 현재 정부가 예상·추계한 비용을 초과할 것이고 건강보험료를 지난 10년 평균 증가율인 3.2% 수준으로 올리면서 보험재정 지출을 지속가능한 상태로 유지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둘째, 현재 정부가 의료계 설득을 위한 의료수가의 적정화 문제가 얼마나 실현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동안 의료보험수가 결정은 관행적으로 인건비와 장비가격만 따진 비용만을 의료비의 원가 산정기준으로 계산하고 의료인의 의료 행위 전문적 가치 인정은 전무하였다. 적정수가의 산정은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야겠지만 이로 인한 엄청난 비용 상승과 국민의 이해가 필요한 점이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며 이제도의 시뮬레이션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위에서 말했듯이 적정비용의 산정도 없이 과연 의료재정을 예측하고 지금 당장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셋째, 국민들은 조금 더 경제적 부담을 안더라도 최상의 의료를 원한다. 그러나 많은 의료인들은 의료 질의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을 예측한다. 신 의료기술의 제한, 신약 연구 및 개발의 제한, 정말 좋은 치료임에도 예비 급여에도 포함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국민의 건강 선택권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건강을 최전방에서 책임지는 의료계의 이해와 공감을 충분히 얻은 정책인가 하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의사의 88%가 문케어에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이 의견을 단순히 경제적 이득과 손해 때문이라고 단정할 것인가? 올 연말에 의사들이 반대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의 사태가 재현될까 심히 우려된다. 현 정부는 항상 `국민이 판단할 것이고 국민이 이기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고 싶다. 단순 경제적 논리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정부에서 진정한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단시적이 아닌 장기 의료 발전을 위한 로드맵 제시와 의료계와 국민이 참여하여 심도 있게 토론하여 얻어진 방향으로 개선점을 찾는 것이 정답이다. 몇명의 의견으로 의료계와 국민의 공감 없이 강압적 추진은 현 정부의 기본 방향과도 안 맞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기계적이 아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존중되고, 소신 있는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계를 북돋아 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하여는 정부가 성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정책을 다시 검토하고 준비해 주어야 한다. 지금의 모습을 보며 관포지교에 나오는 관중의 책 내용이 생각난다. 관중은 `정책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일, 얻을 수 없는 이익을 추구하는 일, 오래 유지할 수 없는 일, 그리고 재차 실행할 수 없는 일, 네 가지를 들었다. 지금 정부의 추진 정책이 이와 유사한 느낌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의료정책만큼은 시행착오를 겪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건강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준영 대전베스트정형외과병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