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한고(梅經寒苦).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 그동안 춥고도 매서웠던 한파에서 벗어나 희망을 안기는 따뜻한 봄을 기대하기 충분한 문구임에는 틀림없다. 자연의 흐름처럼 시간은 겨울에서 봄으로 흘러가지만 올해 한중 양국의 시간은 한참 동안 제자리에 멈춘 듯 했다. 하루라도 양국 시계가 빨리 돌아가기를 바랐지만 주변 국가의 관섭에 더디기만 했다. 물론 한중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이해관계 상충이 주 원인이기는 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중 언급한 `매경한고`는 앞으로 양국 간 관계회복을 암시하고 실제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날 회담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번째 한·중 양자회담이 열린 후 128일 만에 이뤄졌다. 당시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각됐던 탓에 두 정상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졌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가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추운 겨울이라는 시련을 이기고 한 송이 매화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이 오겠다고 단언했다. 이는 양국이 사드 갈등을 딛고 새로운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모색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사드갈등 해빙모드는 즉각 반응하고 있다.

관광업계와 면세점업계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고 관련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유커의 국내방문 러쉬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양국간 관계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관계회복의 물꼬를 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는 사드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갈등으로 인해 틈이 생긴 분야를 어떻게 메워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언제 또 사드 갈등과 같은 중국의 보복이 행해질 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이제 막 시작한 갈등봉합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중국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두 나라의 생산적인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인 두 나라가 사드 갈등이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두터운 신뢰관계를 확립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김대호 지방부 청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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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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