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당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유 의원은 어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새 대표로 선출됐다. 대선패배 이후 백의종군하던 유 의원이 6개월 만에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게 된 셈이다. 하지만 당은 이미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집단탈당과 내부갈등 등으로 인해 창당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표가 되었다는 기쁨보다 혼란에 빠진 당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당지형의 변화로 향후 유 대표의 행보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지난 5·9대선 후보 세 명이 나란히 야당 대표를 맡게 된 상황이다 보니 유 대표의 리더십도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시급한 건 집단탈당으로 혼란에 빠진 당을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고 안정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며 의원 33명이 원내 4당으로 출범한 바른정당은 두 차례에 걸친 탈당사태로 불과 열 달도 안 돼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었다. 국고보조금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당대표로서의 무게감이나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게됐다. 경제적인 어려움 등 현실적인 제약도 넘어서야 하지만 추가 탈당을 막고 일사분란하게 당을 이끌어 가는 것도 과제다. 유 대표도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 이 겨울이 얼마나 길지 우리는 모른다"고 밝혔을 정도다.

유 대표는 "창당 때의 마음으로 새로운 보수를 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이 처해 있는 현실을 볼 때 만만치만은 않은 일이라고 할 것이다. 당장 다음 달 중순까지 약속한 중도보수통합 논의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을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자칫 하다간 추가 탈당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바른정당호` 선장이 된 유 대표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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