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가을 단풍이 절정에 다다르고,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는 찬바람이 분다. 매년 이 시기쯤이면 우리 축산 분야에서는 공통적인 걱정거리가 찾아온다. 바로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이다.

구제역은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4000여 건, AI는 2003년 최초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880여 건이 발생했다. 이 두 가축전염병으로 8000여 만 마리의 가축을 매몰처리하고 약 3조 원의 직접 피해를 입었다.

2000년대 구제역은 `살처분 정책`으로 전염을 차단해 한정된 지역에서만 발생하고 종식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2010년 겨울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와 충북, 그리고 충남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살처분 정책으로는 수습이 어려워 중앙정부가 `백신정책`으로 전환했고, AI는 여러 가지 여건 등을 감안해 지금도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겨울마다 종종 지인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있다. "구제역은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데 왜 거의 매년 발생하는가?"라는 것이다.

백신은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 인공적으로 면역을 만들어 감염을 막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접종 요령을 준수하지 않거나 사육 중인 가축의 일부를 누락, 혹은 소독 등 차단방역 미흡으로 과량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에는 구제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충남도 구제역 백신접종 상황을 살펴보면 항체 양성률이 돼지는 87%로 전국 평균 75%보다 월등히 높으며, 소는 95%로 전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평균 항체 양성률로만 보면 구제역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방어력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7월 이후 백신항체 양성률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양돈농가가 충남에서 25호인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도내 양돈농가의 2% 정도가 아직도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구제역은 2000년대와 달리 이제는 예방 백신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관리하고 막을 수 있는 질병이고, 비록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예방 백신 접종과 소독 등 차단방역이 미흡한 소수의 농가로 인해 재발생 가능성 또한 있다.

살처분 정책을 추진 중인 AI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농장 내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축산농가는 구제역·AI 방역의 기본을 지켜주길 바란다. 구제역 방역의 기본은 `철저한 예방 백신 접종과 소독`이고, AI 방역은 `소독과 차단방역`이다. 이것을 지키는 축산농가는 올 겨울 구제역과 AI가 무섭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구제역·AI 방역에 불철주야 노력하는 축산농가는 물론 각 시·군, 농·축협, 방역본부 등 방역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방역 활동에 매진한다면 구제역과 AI 없는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형수<충남도 축산과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