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연속성 저하…기관 독립성·전문성 훼손

충남도 내 일부 산하기관에 도 공무원들이 과다하게 파견되며 기관의 자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도에 따르면 현재 도에서 산하기관으로 파견 중인 공무원은 충남문화재단 3명, 충남인재육성 재단 1명,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3명, 충남테크노파크 1명, 충남연구원 1명 등이다.

파견 공무원들은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행정업무, 혹은 회계업무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도는 산하기관에서 요청하는 인력을 우선적으로 파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기관과 관련이 있는 주무 부서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도 공무원을 파견한다.

도 관계자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관은 직원들이 행정업무를 모르기도 하고, 도와의 업무 협력도 어렵기 때문에 파견을 하고있다"며 "설립된 지 4년이 넘은 충남문화재단의 경우 파견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조만간 협의를 거쳐 인력 감축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하기관들은 파견 인력을 산정할 때 도 주무부서의 강한 `입김` 탓에 기관의 자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서가 산하기관을 보다 쉽게 다룰 수 있도록 파견 공무원 수를 계속해서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무원의 파견 기간이 1년에 불과해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는 만큼, 기관 직원들의 역량을 키울 기회가 적어 자립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설립이 오래된 기관조차 자립기반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파견 인력을 과도하게 보낸다. 이것은 산하기관의 설립 취지인 독립성·자율성·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결국 산하기관을 도청의 한 계(係)로 전락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자립기반이 미약하다는 것은 순전히 도의 논리에 불과하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직원을 선발하면 된다. 그럼에도 몇 년 째 이런 상황이 지속되며 파견 공무원의 `단계적 축소`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산하기관 파견이 도의 인사적체 문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한 방편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산하기관 관계자는 "정년이 남았지만 승진이 어려운 일부 공직자들이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이동하는 것이 인사적체 문제의 해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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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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