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찬
임진찬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런던의 피카딜리서커스, 파리의 센강, 도쿄의 긴자 이들 도시의 공통된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보행천국`, `사람이 모이는 장소`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한 이 도시들은 자동차가 주인이 아닌 보행자가 주인이며 보행자 중심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교통 혼잡을 해결함과 동시에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도시들이라 지칭하는 이들 도시들은 그 동안 차량이 도로를 점령해 사람들을 모두 건물 속으로 들어가도록 도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많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대도시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삼아 `걸을수록 행복한 도시`로 탈바꿈 하게 됐다.

고 강병기 교수의 유고집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이다.`(2007년)에서는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소한 "물리적으로 걸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고, 다음으로 걷기가 쉬워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걷기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기회들로 연결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교통수단이다. 좋은 보행환경을 만들고 가꾸는 일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생활을 위해 꼭 필요하며, 도시와 공간 환경, 삶의 질을 다루는 정책이 고려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국민의 보행권 확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대전시에서도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를 가장 기본적인 이동수단인 보행교통 위주의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로 변모하기 위해 지난 2014년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기본계획 수립에 이어 2017년 제1차 보행환경개선계획을 수립했다.

제1차 보행환경개선계획에서는 `걷고 싶은 보행친화도시 대전`이라는 비전과 함께 안전한 보행공간과 이동이 자유롭고, 쾌적한 보행 공간 조성을 위해 세부적인 전략을 설정했다.

첫 번째로 안전한 보행 공간 조성을 위해 보행자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안전한 도로횡단 환경을 만들고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정비, 단일로 횡단보도 설치, 특히 시민들의 가장 불편해 했던 보도 위의 부적합 볼라드는 올해부터 일제히 정비한다.

두 번째로 이동이 자유로운 보행공간 조성으로 보행자 중심의 교통신호운영과, 보도폭원이 협소한 구간을 확대하고 교차로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보도에는 불법주차를 근절하고 보도 설계 및 시공에 관련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작은 것 하나부터 단계적으로 관련기관, 부서 등이 서로 협업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게 되면, 현재 보행자 교통사고 비중이 해외선진도시 등에 비해 약 2배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2021년 즈음에는 선진국 수준의 보행 안전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만들고 예산을 수립해 정책에 반영하더라도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행에 대한 시민들의 행동은 항상 이중성을 띠게 되는데 시민들은 열악한 보행환경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자동차 중심의 생활패턴으로 인해 원인 제공자이기에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보행환경을 위한 여러 시설물이나 다양한 정책들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경청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걷기와 친숙해지는 대전의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자동차를 줄이고 보행자 중심의 교통 환경들이 정착되면 도시 풍경을 한층 가깝게 즐길 수 있게 된다. 152만 대전 시민 모두가 `걸을수록 행복해지는 대전` 에서 건강한 삶을 가꾸어 나가 세계 어느 도시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행복한 대전을 기대해 본다.

임진찬<대전시 교통정책과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