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상징하는 특징 중 하나는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둘러보면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노는 시기라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요즘엔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사람들마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 무엇을 위해 저리 바쁜가? 무엇을 위해 저리도 여유가 없을까를 한번쯤 멈추어 생각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더 잘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오죽하면 `정말 살 만하면 죽는다`는 말도 있을까. 그만큼 우리가 앞으로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모습인데 그 속에 우리 자신을 위한 `느림의 여유`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런데 우리는 진정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소비`하는 사회를 미덕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의 명분도 합세하여.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데도 우린 늘 소비하고 있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리 멀지 않은 예전으로 시계를 돌이켜 보면, 우린 늘 넉넉지 않은데도 미래를 위해 아끼고 저축하며, 앞날을 위해 항상 준비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여러 자식들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부모님은 허리를 졸라매며 저축하고 학비를 위해 돈을 모아 두시려 애쓰셨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소비는 아주 당연하고, 저축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라는 말에 자신을 위로하며 적당한 경제를 관리하며 살고 있는 모습이 다반사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조차 풍요로움 속에 저축과 아껴 씀이 없고 그저 주어진 환경 속에 소비하는 모습들이 많은 것 같다. 아껴야 잘 산다는 말도 이젠 먼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사회이다 보니 너도나도 경제적으로 잘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부족한 것 같다.

지금 우리의 사회는 늙은 부모는 직장에 나가서 돈을 벌고, 대학을 졸업한 자식은 집에서 취직준비를 하느라 경제적으로는 놀고 있는, 다 큰 자식을 부모가 부양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대학을 5년 만에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휴학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이야기는 그리 드물지도 않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좀 더 좋은 직장, 좀 더 안정적이며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아껴 쓰며 저축하는 생활 태도, 이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부족한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젊은층과 장년층의 세대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에서 오는 행복의 잣대를 내세우면서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밥을 언제 먹었는가에 대한 기억에도 가물가물하다.

변화해야 한다며 말에 누구나 수긍하지만,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빨리 빨리", "더 빨리 빨리"로 속도에만 초점을 계속 맞추다 보면, 얻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 진척될수록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빠른 변화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또는 강요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건강한 인성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아이들은 식탁에서 가계부를 적고, 시장에 가서 물건을 같이 고르며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 생활경제를 체험하며 배운다. 닳아빠진 가방도 버리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경제관념을 배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생활은 모든 게 클릭 서비스, 카드 하나로 물건을 사며 월급통장이 아닌 카드대금 결제 통장만 보는 부모의 모습에 익숙하다. 보는 것이 배움이고 배움은 곧 생활이 되는 우리의 삶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올해도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세모를 생각하고 새해를 생각하기 전에 티끌 모아 태산의 지혜를 되새겨보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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