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행사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국회 연설이었다. 국민의 대표들 앞에서 하는 발언은 바로 그 나라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발언 수위가 최고 관심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의 핵심내용은 세 가지 정도로 이해된다. 첫 번째는 한미동맹에 대한 강조였다. 한국전쟁 중 양국이 함께 치렀던 인천상륙작전, 폭찹(pork chop hill) 전투, 서울 탈환 등의 전투를 직접 거명하며 미국의 희생을 상기시켰다. 방한 첫날 방문했던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60년 이상 이어지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취에 대한 경의였다. 전쟁 후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북한과의 대비를 통해 강조했다. 1988년 자유총선과 최초의 문민대통령 선출을 언급함으로써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평가했다. 한국의 과학자, 작가, 골프선수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이룬 성취를 열거했다. 특히 그는 지난 7월 자신이 소유주인 골프장에서 개최된 LPGA 대회에서 우승한 박성현 선수를 직접 언급했다. 한국에 대한 친숙함을 부각시켜려는 것으로 보였다. 한국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임에 틀림없다.

세 번째는 동맹과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북한체제의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힘을 통해 평화를 지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이 개발하는 무기로 인해 북한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했다. 강력한 경고는 하되 군사 옵션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초청국의 입장을 배려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단호한 경고도 담은 무난한 메시지였다. 헬기를 타고 오산·평택·서울을 오가면서 수도권에 얼마나 많은 동맹국의 국민들이 살고 있는지 보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위태롭게 유지되는 평화가 깨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메시지만 있고 해법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정부의 과제도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기존의 강력한 제재에 머물러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북한에게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입구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높은 벽을 세워두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가하라고 종용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체제가 붕괴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미국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 노력이 갖고 있는 한계다.

미국이 대화의 시작부터 북한의 `완전한, 검증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CVID)` 핵폐기를 요구한다면, 북한의 대응은 자명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완성한 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태에서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을 꿈꾸고 있다. 과거 중국이 걸었던 길로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핵과 미사일은 김정은 위원장이 믿고 있는 가장 확실한 체제보장 수단이다. 북한 주민들도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군사강국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중간까지라도 가야 한다. 이것은 미국이나 중국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위가 걸린 최고의 국익이기 때문이다. 우선 평화적인 문제 해결의 시작은 핵동결을 목표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긴 대화의 과정을 통해 얻게 될 마지막 결과가 될 것이다.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북한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완성까지 계속 나갈 것이다. 시시때때로 도발을 반복하며 한반도에 긴장과 전쟁의 먹구름을 점점 가깝게 불러올 것이다.

북한에게는 핵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존공영하는 길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게는 북한의 핵을 우선 동결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자고 권유해야 한다. 중국에게는 북한의 비핵화가 중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한반도 정책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무엇하나 쉽지 않다. 하나하나 거의 불가능한, 미션 임파서블한 과제이다. 그러나 외교란 `불가능한 것`을 `어쩌면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었던 역사가 아니었던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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